일본인 판치는 북경 골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본인에게 점령당한 중공고이부구(골프) 장
지난7월 북경에서는 최초로 일본과의「합작기업」으로 골프장이 개장됐다.
1회 입장료가 평균한달 수입과 맞먹는 중공에서 골프는 일반인이 엄두도 낼 수 없는 것. 외화획득을 목적으로 건설된 중공골프장은 이 때문에 일인 관광객들이 판을 쳐 일본골프장을 옮겨놓은 모습이다.
다음은 일 요미우리(독매)신문이 최근 보도한 북경 골프장의 르포기사다.
북경교외의 경치 좋은 사적지「명 13능」지역에 위치한 북경국제 골프클럽(18홀·6천4백30 m).
북경에서는 최초이며 중공에서는 84년 말 경제특구인 심천에 첫 골프장이 개장된 이래 4번째 골프장이 된다.
휴게실에는 명예화원으로서 중공측·일본측의 요인들 이름이 새겨진 팻말이 걸려있다. 87개 단체회원명단도 홍콩계 기업 몇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북경에 사무소를 갖고있는 일본기업들 판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30명이며 토요일 50명, 일요일 1백 명 수준으로 개장 된지 1개월 동안 모두 1천3백 명이 이용했을 뿐이다.
이들 대부분은 일본인들이며 그 외 외국인은 손꼽을 정도로 적다는 게 이 골프장 관리책임자의 말이다.
지금까지 이 골프장을 이용한 중공인은 만리부수상 1명뿐이다. 중공테니스협회명예회장이며 스포츠맨으로 알려진 만리부수상도 골프는 처음이었다는 것이다.
한번 입장요금은 2백원(약4만원)으로 골프장에 고용된 중공인 종업원의 한달 급료가 1백80원 전 후인 것을 보면 중공인 에게는 얼마나 비싼 요금인지 알 수 있다.
골프장은 건설자재·가구에서 종업원의 유니폼까지 모두 일제다. 레스토랑의 메뉴에서도, 그린필드에서 꾸물거리며 후속팀으로 부터 「빨리해라」라는 소리가 튀어나오게 하는 것도 모두 일본과 같다.
중국식건물의 휴게소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일본식이어서 위화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북경시민들로부터 중공공산당간부가 외화획득이란 구실로 중요사적지를 외국인 놀이터로 바꾸었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외화획득에 맛을 들인 중공은 골프장부근을 여유구(유원지)로 설정하고 인공스키장·승마장·호텔 등을 건립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제정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