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해서 낳은 자녀도 친자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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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와 난자를 인공수정 시키는 모습. [중앙포토]

부부가 서로 동의를 했다면 제3자의 정자 인공수정으로 낳은 자녀도 친자식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부장판사 허부열)는 A씨가 자녀 B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지난달 21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1985년 결혼 이후 자녀를 낳지 못한다는 무정자증 진단을 받고,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로 자녀를 갖기로 부인과 합의해 1993년 B씨를 낳았다.

A씨는 B씨를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하고 20년 가까이 키워왔다. B씨도 A씨가 자신의 친부라고 믿고 살아왔다.

하지만 2013년 A씨 부부는 잦은 갈등 끝에 협의이혼을 결정했고, A씨는 B씨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며 친생자관계부존재 소송까지 냈다.
A씨는 B씨가 혈액 및 유전자 감정촉탁 결과 유전학적으로 부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제3자 정자 인공수정에 동의한 사실이 없고 단지 묵인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의 경우 배우자인 남편이 동의했다면 인공수정에 의해 출생한 자녀는 그 부(夫)의 친생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무정자증 진단 이후 제3자 정자 인공수정에 동의했고 이후 B의 출생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며 "인공수정의 경우 불임검사 등 배우자의 협력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해 A씨의 동의없이 B씨를 출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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