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블랙홀’무상보육·기초연금·맞춤급여…서울 자치구, 복지비 5년 새 1조9462억 급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 무상보육 전면 확대(2013년)→기초연금 시행(2014년)→맞춤형 급여 시행(2015년)’.

늘어난 예산 다 써도 1021억 부족
시, 올초 조례까지 바꿔 긴급지원

이들 3대 복지사업이 서울시 자치구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복지예산을 폭증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29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서울시 ‘조정교부금 제도 개선을 통한 자치구 재정확충 보고서’에 따르면 3대 복지사업과 관련한 자치구의 예산 부담은 5년 만에 1조9462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25개 자치구 전체 예산 증가분(1조8441억원)보다 1021억원이 더 많다. 5년 동안 자치구에서 늘어난 예산을 그대로 복지비에 투입하고도 1000억원 이상 부족했던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복지비는 정부·시·자치구가 일정 비율을 맡아 분담하는 ‘매칭 사업’이다. 시뿐 아니라 자치구 부담도 해마다 늘어난 게 사실”이라며 “특히 저소득 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자치구는 세금은 덜 걷히는데 지원할 구민은 많다 보니 행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3대 복지사업 관련 부담이 매년 빠르게 커지다 보니 지난해에는 일부 자치구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사회복지 예산 중 1203억원의 예산을 마련하지 못하는 ‘예산 미편성’ 사태가 벌어졌다.

기초연금이 1020억원, 무상보육 예산은 183억원이 부족했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지난해 3대 복지사업에만 257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기초연금의 경우 예산 미편성률이 50.2%에 달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자치구들에 645억원의 지원금(조정교부금)을 긴급히 내줬다. 당시 박원순 서울 시장은 ‘자치분권 실천을 위한 약속’을 선언하고 "무상보육과 같은 보편적 복지 비용을 지방에 대폭 부담시키고, 대통령 공약사항인 기초연금 역시 소요 재원을 지방에 떠넘겨 지방의 재정을 극도로 열악하게 하고 있는 ‘짝퉁 자치’의 일면”이라고 비난했다.


▶관련기사
① 복지에 멈춘 행정…구로구 26억 없어 주차장도 못 지어
[단독] 복지비 대느라…30년 된 하수관 손 놓고, 도로 확장도 스톱

③ “세금도 내고 복지 누리는 연금 생활자 유치 전략을”



서울시는 올해 초 자치구 지원을 위해 ‘서울특별시 자치구의 재원조정에 관한 조례’까지 바꿔가며 없는 살림에 2728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하지만 서울시 역시 이런 상황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이달 말 현재 본청과 투자기관을 합쳐 12조3340억원의 부채를 지고 있다. 2010년 21.8%였던 서울시의 사회복지 예산 비율은 올해 34.2%가 됐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