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 오랜만에 제 궤도 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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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 상반기 우리경제의 성장은 괄목할 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원인이 주로 외부여건의 호전에 있기는 해도 결과로 나타난 경제성장률은 수치 자체나 내용의 실속에 있어서 괄목할 만하다.
상반기 국민총생산은 10·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84년 상반기의 11·7%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기별로 봐도 84년 1·4분기의 14%를 피크로 내리막 커브를 긋던 성장률은 85년 2·4분기를 저 점(4·2%)으로 다시 상승세로 급전, 올2·4분기에는 12·1%라는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이처럼 높은 경제성장이 대부분 제조업의 신장에 따른 것이란 점은 우리경제가 오랜만에 제 궤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올 상반기 제조업 성장률은 14·3%에 달해 전체경제성장률(10·9%)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작년상반기에 제조업성장률(3·1%)이 전체성장률(4·3%)에도 밑돌았던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올 상반기 성장률 10·9%중 약 절반인 5·4%는 제조업의 신장에 힘입은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 외에도 건설·서비스업 등 이 모두 활 황을 보인 반면 농림어업분야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농림어업생산은 원양어업의 호조로 어업이 나았던 반면 큰 몫을 차지하는 보리가 재배면적의 감소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21·3%감소)2·4분기 중 0·8%가 감소했다.
건설업분야도 상반기 중 6·7%증가, 전년동기(1·0%증)보다 활발한 국면을 보였다.
건설업은 2·4분기 들어 더욱 활기를 띠고 있는데(1·4분기 1·9%, 2·4분기 9·9%) 이는 다세대주택 등 주택건설이 늘고 있고 공장건설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민간건설부문이 활기를 되찾는데(10·9% 증)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은 경기상승에 따라 상반기 중 10·4%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제조업 생산은 올 상반기중 전체적으로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업종별로는 상당한 기복을 나타냈다.
중화학공업이 19·2%의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중공업 쪽은 8·2%성장에 그쳤고 중화학의 높은 성장도 대부분 일반기계(37·2%), 전기 기기(33·9%), 수송용 기기(21·7%)등 몇몇 업종의 호황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경기확산이 아직 전 업종에 고루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출부문에서 보면 가계소비지출은 2·4분기 중 6·5%, 상반기 전체로는 6·3% 늘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각각 4·3%, 4·5%) 보다 다소 높아진 것이긴 해도 대체로 안정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투자는 기계설비투자의 급증 등에 힘입어 크게 활발해졌다.
상반기 중 총 고정자본투자는 15·1%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는데 특히 기계설비투자는 15·2%나 늘어났다. 이같은 설비투자 증가율은 8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투자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발판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올 상반기의 경제성장은 외양에서나 내실에서나 80년대 들어 가장 나은 것으로 간주될 만 하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고도성장이라는 과실이 외부여건의 호전에 거의 전적으로 힘입은 것이란 점이다.
이는 거꾸로 말할 때 외부여건이 악화되면 우리경제는 언제 또 침체의 늪에 빠질지 모른다는 얘기다.
이른바 3저의 호기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는 없다. 국제원유 가가 다시 들먹일 조짐이 강하고 엔화강세의 이득은 미국의 원화 평가절상 압력이 구체화될 경우 언제 깎여질지 모르는 것이다.
또 누차 지적했듯이 외채도 빨리 줄여 나가야겠다. 올 상반기에만 우리가 국내에서 생산한 몫 중 외국으로 빠져나간 것이 무려 1조4백60억 원이나 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백43억 원이 늘어난 것이며 GNP의 약4%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다.
또하나 이제는 「분배」문제에도 눈길을 돌릴 때다. 침체기에 「고통의 분담」이란 명분으로 인내를 요구해 뫘다면 성장기에는「과실의 균 분」에 성의를 보여야 논리에도 맞기 때문이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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