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열쇠 쥔 베일속 인물|자수한 두목 정요섭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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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영동룸살롱 폭력살인의 배후 정요섭씨(41), 그는 과연 누구인가.
사건당시 현장의 「보스」였고 일이 끝나자 「동생」들을 이끌고 몸을 숨긴 정씨는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로 지목되고 있으나 정체가 베일에 싸인 수수께끼의 인물.
전남 나주군 나주읍(현 금성시)남외동179가 본적인 정씨는 K대 무역과 중퇴후 고향 나주에서 「금성 탁아소」를 5년간 운영했으며 이때 보모로 일한 강모씨(41·고졸)과 결혼해 딸(고1)·아들(고3·중2)등 세자녀를 두고 현재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31평)에 살고있다.
로얄프린스 승용차를 굴리고 늘 2∼3명씩의 덩치가 우람한 보디가드를 데리고 한달에 열흘을 목포등 지방에 머무르는 등 바쁜 생활을 했으나 가족들조차 그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하는지 모를 정도로 자신의 노출을 꺼렸다.
나주·광주·목포등지를 전전하다 80년 서울로 주민등록을 옮긴 정씨는 82년까지만해도 전남 영광등 농산물 산지에서 농산물을 매입, 서울 슈퍼마킷등에 파는「농산물 중간상」을 했다.
그러나 그 무렵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내성적인 성격과는 달리 「후배」를 자칭하는 주먹세계의 20대 청년들이 3∼4명씩 자주 정씨 집을 찾았고 정씨는 영동 살롱가에 모습을 드러내 귀공자 행세를 했다. S나이트크럽·서초동 Q회관등에서 그의 명함이 통하기 시작했다.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특수대학출신인 장건석·박영진·김동술씨등 9명이 친위대처럼 그를 뒤따랐다.
정씨는 지역 정치인과도 관계를 맺어 정당의 정치집회에 참석한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 이번에도 범행에 쓰인 정씨의 차안에서 야권정치인의 영문 연설집과 명함이 발견되기도 했다.
피살체가 유기된 서울 사당동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가 사건 직후 범인들과 달아난 홍성규씨(24)는 먼 친척뻘로 정씨와 특히 긴밀한 관계.
홍씨는 젊은 나이답지않게 일본어에 능통, 병원에서도 일본 사람의 외부전화가 걸려왔으며 그때마다 주위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내쫓고 은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앝려져 정씨의 하는 일과도 관계가 있는지 여부가 또한 관심거리.
수사관계자들은 정씨와 홍씨의 이러한 관계가 일본의 히로뽕 밀수조직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정씨는 최근 내연의 처까지 두고 반포고급아파트(한신) 1채를 사주었다.
목포에도 자주 내려갔는데 그때마다 범인 장·김씨등 5∼6명씩 거느린 채 목포 중심가에 있는 B호텔 1개층을 모두 예약, 다른 사람과의 접촉등 노출을 피해 잤다는 것이다.
정씨는 현재 전남신안군이 종합청사 건설을 위해 목포시 죽교동에 조성중인 신안타운 주변 개펄매립공사를 따낸 외삼촌 이모씨를 위해 뒷일을 봐주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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