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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트럼프의 ‘동맹’ 인식 차 드러난 TV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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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는 일본·한국에 상호방위조약을 존중한다는 점을 확신시킬 것이다.”(힐러리 클린턴), “그들이 공정한 몫의 방위비를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동맹을 방어할 수 없다.”(도널드 트럼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어제 오전(한국시간) 진행된 미국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동맹국에 대한 조건 없는 방어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업가 출신인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는 동맹국 방어의 조건으로 ‘공정한 부담’을 강조했다. 동맹 관계의 비즈니스적 접근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한·미 동맹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가 되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가 한·미 간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협상 타결이 순탄치 않을 경우 동맹 관계의 동요도 우려된다.

두 후보 모두 북한발 핵 위협을 가장 중요한 안보 이슈 가운데 하나로 꼽았지만 해법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트럼프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중국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중국 역할론’을 내세웠다. 클린턴은 압박을 통한 협상에 중점을 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러시아까지 참여한 강력한 국제 공조를 통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총 한 방 안 쏘고 이란 핵 문제를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나 협상장에 나올 때까지 강력한 압박 기조를 유지한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접근법에서 일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경제, 자유무역협정(FTA), 인종 갈등, 테러, 국가 안보 등 다양한 쟁점에서 두 후보는 양보 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현안에 대한 이해도나 설득력·표현력·태도 등에서 힐러리가 우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토론 직후 실시된 CNN 여론조사에서도 힐러리가 62% 대 27%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직 두 번의 토론이 남아 있는 데다 어떤 돌발 변수가 등장할지 알 수 없다. 1차 TV 토론 결과만으로 승패를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모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