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속도는 최고, 사적연금 가입률은 절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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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사적연금 가입률이 주요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세제혜택을 늘려 사적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국내 노후준비의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활동인구(16~64세) 중 자발적으로 사적연금(개인 퇴직연금)에 가입한 비율은 23.4%에 그쳤다. 독일(71.3%), 캐나다(50.4%), 미국(47.1%), 영국(43.4%) 등 주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한참 낮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는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고령사회(65세 이상 비중 14% 이상)에서 초고령사회(20% 이상)로 넘어가는 데 8년밖에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21년)이나 프랑스(38년)는 물론 일본(12년)보다도 빠르다. 게다가 노인 빈곤율(49.6%)은 OECD 평균(12.8%)의 4배에 달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고령자(60세 이상)가 경험하는 어려움 중 가장 큰 것이 경제적인 어려움(38.6%)으로 나타났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가입기간이 길지 않아서 수급자의 월 평균 수령액이 34만6000원에 그친다(2015년 7월 기준).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40%로 설계됐기 때문에 노후 생활자금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런데도 사적연금 가입률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유인책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 지원 비율은 15.7%다. 1년 동안 사적연금에 100만원을 넣으면 세액공제 등을 통해 돌려받는 금액이 15만7000원이란 뜻이다. 이 비율은 미국(26.8%), 프랑스(30.5%), 일본(23.8%)보다 낮고 OECD 34개국 평균(21.5%)을 밑돈다.

특히 2014년부터 연금저축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연금저축보험 납입보험료 규모가 2.2% 감소하기도 했다. 저소득층의 경우엔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혜택이 늘어났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가입을 늘리기가 어렵다. 전체 근로소득자 중 연간 2000만원 이하의 비중은 47.5%에 달하지만 연금저축보험 납입자는 전체의 3.8%에 불과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지현 수석연구원은 “선진국은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이 증가하자 사적연금 가입을 활성화하는 연금정책 개혁에 나섰다”며 “한국도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한 인센티브 등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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