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특」은 무얼 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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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의 헌특은 요즘 무얼 하고 있는가. 신문에 나는 기사는 무슨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기보다는 이래서 못하고, 저래서 못했다는 얘기뿐이다.
한마디로 헌특 개정작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정치 쇼를 하겠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우리는 국회가 헌특을 구성하기까지의 그 답답하고 지루한 우여곡절도 꾹 참고 지켜보았다. 어렵사리 구성을「결의」하고 나서도 실로 하찮은 일로 달포나 두고 시일을 끌더니 「구성」이 되고 난 지금은 절차문제로 또 차일피일 하고 있다.
지난6월 하순「헌특」결의이후 오늘까지 헌법개정을 위해 국회가 한일이라고는「회식」몇 번 한 것밖에 없는 것 같다.
헌특을 지연시키는 이유들이라는 것을 뜯어보면「대국」은 없고 맨「소절」의 문제들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소절」하나 하나를 놓고 시비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더구나 어느 당을 편들고 두둔하거나 또 어느 당을 채찍질할 흥미도 없다.
「민주헌법」이라는 대의를 놓고 보면 그런 지엽말절의 문제들에 주목하고 가타부타 시비하는 것조차 좀스럽게 생각된다.
헌특에 참여한 여야는 이제부터 머리를 싸매고 밤을 밝혀 가며 토론하고 합의하기도 바쁜데 정작 열중하는 문제는 소국을 놓고 목청을 돋우는 일뿐이다. 정말「민주주의」를 한번 제대로 해볼 생각이면 그 대의명분이상도 이하도 있을 수 없다.
「소위」와「공청회」시비만 해도 그렇다. 어느 것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하든「민주헌법」을 만드는 대세에 무슨 상관이 있는가. 공청회라는 것도 지나간 예로 보면 바람을 일으키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실무」그 자체는 아니다.
지금 우리는 내각책임제와 대통령직선제중 어느 제도가 좋은지 몰라서 두리번거릴 때는 아니다. 이미 그 제도들은 세계 역사라는 무대를 통해 실연이 다 끝난 것들이다.
문제는「오늘」과 「이 나라」라는 시간과 공간에서 어느 제도가 더 바람직한가를 성장 있게 검토하고 단안을 내리는 일이다.
그동안 여-야는 공청회도 했고, 군중집회도 했고, 당의 공식기구 등을 통해 국민의 마음속도 읽을 대로 읽었다. 이제 여론을 몰라서, 아니면 고담준론이 모자라서 개헌의 방향을 못 잡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순간에 진실로 필요한 것은「민주헌법」을 만들겠다는 여야의 허심탄회한 마음가짐이다. 실무를 해야 할 때이지, 바람잡이나 스타일만을 고집할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야당의 집요한 시비 거리인 구속자 석방과 사면·복권문제도「개헌을 해서는 안 된다」는 때와「개헌을 하자」때의 상황변화를 참작해 처리되면 더 이상 시비가 될 수 없다. 그 간단한 논리를 놓고 체면과 스타일만 고집하고 있으면 헌법을 고치는 대사는 언제 할 셈인가.
우리는 거듭 고언 하지만 헌특은 이제 눈을 안으로 돌려 차분차분 실무적인 일을 진행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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