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땐 눈앞이 캄캄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하계회견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재임 5년 반의 회고에서부터 1시간20분간 국정전반에 관해 언급.
전대통령은『만감이 교차한다』면서『80년 9월 11대 대통령 취임 때 국정을 파악하고는 눈앞이 캄캄했다』고 취임 초를 회고.
전대통령은『81년 초여름에 내가 동남아를 순방하면서 각국 원수들한테 들어보니까 그들은 전부 그때 대한민국이 온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매우 우려를 했다는 얘기를 이구동성으로 해주었다』고 상기.
전대통령은 또『지난 82년에 물가상승률을 한자리 숫자로 하자고 했을 때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회의를 표시하고 심지어는 속으로 비웃었지만 그것은 오늘 현실로 나타났다』며 고종황제 때부터 80년까지의 전화가입회선이 2백40만 회선이던 것이 그후 5년 동안 무려 4백70만 회선으로 늘어난 것을 성장의 한 예로 설명.
전대통령은 단임을 역설, 『독실한 신앙인도 악마의 소리에 귀가 솔깃할 때가 있듯이 나 역시 더러는 그러한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청와대를 내 스스로 영광스럽게 떠나는 날이 우리나라 역사에 진정한 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개막한 날로서 후세에 길이 평가되기를 본인은 소망하고 있다』고 피력.
전대통령은『83년 10월 랭군사태 때 생사의 갈림길에서 나를 살린 하늘의 뜻이 과연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한 일이 있다』며『그때 급히 귀국하던 기상에서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과 만가지 상념에 젖으면서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고통을 덜어 드리고, 그리고 이 땅에 진실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라는 소명과 그 소명을 다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나는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