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국공합작」제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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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장경국 총통이 등소평에게 국공합작회담을 위한 6개 조건이 담긴 친서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홍콩의 중공 계 월간지에 보도됐다.
대 북이나 북경의 어느 한쪽도 이 보도에 대해 아직 확인하지 않고 있어 그 진위는 현재로선 가리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이 시기적으로 그런 제안이 나올 만한 때임은 예상할 수 있다.
두 중국의 최고 실력자인 장경국과 등소평은 모두 고령에다 건강마저 좋지 않다.
등소평은 수년 전부터 통일회담을 제의하고 통일방식은 일 국 이체제로 하며 통일 후에도 대만의 자치를 허용한다는 등 평화공세를 계속해 왔다.
중공은 평화통일이 불가능할 경우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위협을 계속하면서 대만의 기업인·문화인·이산가족 등 민간인들에 대해본토방문과 상호교류를 개방해 왔다.
대 북측은 통일은 손문 주의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에만 반응을 보일 뿐 삼부정책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것은 지난5월의 민항기 망명사건으로 무너졌다.
보도된 장 총통의 합작조건은 당파를 초월한「진흥중화」를 기본전제로 제시, 이데올로기로 분단된 중국이 중화민족주의 하에 뭉칠 것을 주장했다.
계 문이 제작한 청천백일 기를 통일 중국의 국기로 제의함으로써 청천백일 기를 사용하고 있는 대북 정부의 정통성을 지켜 나가려는 의지를 보였다.
중공도 손문을 중국혁명지도자로 받들고 있는 사실을 고려할 때 분단이전 상태로 되돌아가자는 장 총통의 요구는 우리에게도 시사되는바 있다.
중국이 청천백일기 아래 민주혁명과 항 일전을 전개했듯이 우리도 태극기 밑에서 모든 항일독립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발전되고 수준이 높은 해안의 6개성을 대 북이 통치하겠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인 인상을 준다.
그러나 중공이 경제특구를 만들어 자본주의를 실험하고 있는 이 지역을 자본주의 건설에 모범적 성공을 거둔 대북 정부가 3년간 경영을 맡아 군의 중립하의 자유로운 체제경쟁을 벌여 전체 중국인의 심판과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 정치에서는 전혀 무리라고 할 수는 없다.
이번 보도가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러나 이것이 통일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와 세계의 주목을 끈다.
중국의 통일협상은 동북아는 물론 세계적인 세력의 재 균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데서 이 지역 4강의 관심은 대단하다.
특히 한반도는 이 균형변동의 직접적인 충격을 받게 될 뿐 아니라 그들의 통일접근 방식도 우리에게 교훈으로 작용될 것이다.
중국의 통일노력에는 이번에 장 총통의 친서를 전달했다는 중국계미국인 진향매 여사가 중재자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가 된다.
중국은 1924년과 36년에 각각 국공합작의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49년의 내전에서 한쪽은 승자로 중원을 차지하고, 한쪽은 패자로서 대만 섬에 밀려나 있다. 통일노력도 우리보다 뒤져 왔다.
그런 점에서 남-북이 대체로 균형되고 이미 대화의 실적과 경험을 상당히 축적한 우리의 분위기가 훨씬 더 성숙돼 있다.
두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서 다시금 우리의 남북대화재개와 진지한 통일노력이 시급함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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