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그 날의 깃발-정공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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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면을 데운 뜻도 서럽구나. 수만의 핏줄이 모여 낭자의 흘린 불꽃, 명감의 신음도 계속 이마 끝에 떠 올린다.
풀꽃이여, 밤은 다시 네가 앓아 뒤로 하고 아프게 울린 바람 남도땅 천리길을 긴 여백 딛고 일어선 빛살들이 달려간다.
여명의 빛들은 몰아 끝내 울던 신열이여. 눈보라 허공 끝에서 노래하며 뿌릴 내려 아득한 빈혈의 땅에 숨결풀던 함성이여.
무명베, 흰 옷자락 그 날의 물결이여. 몽글게 가슴을 열고 찬연하게 결을 쌓던 청포여, 무심도 갈아 청청한 너, 강물인가.
우리가 하늘이 되어 우리 땅에 살고싶다. 혼을 세워 밀고가는 아우성의 푸른 피톨, 새로운 갈증을 더해 뼛속까지 울린다.
가슴 깊이 남은 목청 다시 꺼내 노래하리라. 빛나는 기억 위에 마른 기침 더해가며 도도한 어둠도 삭여 자백질의 손을 편다.

<약력>▲1955년 전북완주군예삼례 출생▲83년『월간문학』신인작품상 시조당선▲84년『시조문학』추천완료▲한국문인협회·시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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