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미술대전을 보고-오광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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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앙미술대전은 70년대 후반에 출범하여 올해로써 9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만한 연륜이면 그 나름의 성격을 지닐만도하다. 처음부터 성격을 표방하고 출발하지는 않았으나 어떤 전시이고 시간이 쌓이면 자연히 존재의 명분이 생겨나게 마련이니까 이 전시도 그러한 존재의 명분을 드러낼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중앙미술대전은 이른바 민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자율적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이 전시에서 받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자율적인 분위기가 만들어 놓은 개방된 조형의 수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에 이르는 기간은 우리미술계에 커다란 변혁의 물결이 일고 있는 때여서 이같은 개방된 조형의 수용은 그만큼 이 변혁의 진행을 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흥미로운 현상들을 점검할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즉 80년대 후반으로 진입하는 오늘의 시점은 또다른 변혁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으며 그러한 현상을 여기서 검출해 낼 수 있을것 같다. 그러한 전환적기운의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전시가 지니는 명분은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대체로 80년대 미술이 갖는 표정으로서 탈관념적 요소와 더불어 표현적이자 체험적인 조형사고가 이 전시에서도 들어나있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한국화·양화조각의 세분야에 공통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표현적 경향으로 내달리는 풍조에서 발견하는 것은 논리의 빈약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탈관념의 거센 바람이 자연히 논리의 배격으로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불균형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선 체험을 심화시켜 나감으로써 그나름의 논리를 구축해나가는 긍정적인 방향이 엿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다. 특히 내부에서 솟아오르는 힘의 분출에서 조성되는 뜨거운 조형의 천착은 현실적 체험을 논리로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공감의 폭을 넓게 갖고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미술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왔다는 비판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이 전시에서 보는 것처럼 퍽 다양한 경향의 공존이 이룩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잠재성을 내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인 전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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