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노출의 계절…옷차림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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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무더운 날씨가 계속된다. 너나없이 체면을 차릴수없이 벗고만 싶어지는 때다.『복중의 손님은 범보다 무섭다!』
『찬바람 나거든 또 놀러오십시오!』
옛날부터 우리 주변에서 많이 있어왔던 이같은 말들이 실은 이런 상황에서 나왔음을 실감한다.
이럴때 옛 조상들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 신분이 높을수록 살을 드러내놓기를 꺼렸고 신분이 낮을수록 그 반대임은 양의 동서가 다같다. 그러기에 양반전에도『날씨가 더워도 발을 벗지 말것 (서모선말)』이라 했다.
더우기 여성의 경우 속적삼을 꼭 받쳐입고 하의도 바지 단속곳 위에 치마를 입고 버선까지 신었었다.
궁중귀인의 경우는 더하다. 모시 당한삼(당의)에 사웃치마(속치마)까지 두벌이 더 보태어지니 얼마나 땀띠가 많이 났을까. 기후가 그때라고 시원했던 것은 아닐텐데 (오히려 생활여건은 오늘날이 시원함).
요즈음 첨단과학의 발달로 달나라 탐험이 고담이 돼버린 시점에 겹겹이 감싸고 살았던 옛 여인들의 예찬론을 펴자는 것은 아니다.
서울거리에 흔히 눈에 띄는 몇가지 현상, 앞 혹은 뒤가 터진 슬릿 스커트 (Slit skirt)와 비치는 T셔츠나 블라우스에 브러지어만 한 풍경을 말하고 싶다.
슬릿-스커트는 그 연원이 실리적면에서 왔건, 장식에서 왔건, 장식에서 왔건, 문제는 슬릿 (째진)의 길이와 입는 방법이다. 너무 긴데다가 속치마자락이 드러난다거나 속치마없이 판탈롱스타킹만 신는것은 양가의 처녀나 부인들이 할 복장은 아니다.
그저 유행이라 입을 경우 적어도 긴 스타킹(슬릿보다훨씬 긴) 을 신을것.
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상의를 달랑 브러지어위에 입는것은 몰상식이다. 아름답지가않다.
아무리 덥기로소니 속치마하나 입는 더위를 못참는다는 불근신은 말이 안된다.
유행이란 열병과도 같은것. 한때 밀물같이 휩쓸어가는 힘에는 법령조차도 맥을 못춘다. 그러나 문제는 젊은 여성뿐만이 아니라 큰 자녀를둔 어머니까지도 이에 끼여든다는 우리의 현실이다. 강남 어느 부유층 아파트촌에서는 중년부인들이 낮에 핫팬티에 어깨에 끈만 달린T셔츠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풍경을 자주 본다.
요즈음 선정적 영화간판이 논란이 되고 있는 판국에 우리의 옷입는 풍토도 한번 되돌아보고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한다. 김용숙<숙대 문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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