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사는「부실」이 살길|구조적비리 드러낸 건설하도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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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독립기녑관 화재사고로 건설업계의 하도급 부조리가 다시한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있다.
원청자인 대림산업이 전체공사의 30%정도를 영세전문건설업체에 하도급 주었고 그결과 전기공사를 하도급맡은 현대전업이 부실공사를 하다 직접사고를 냈기 때문이다.
하도급제도는 흔히「악어와 악어새」의 공존관계로 비유된다. 대형건설업체가 큰 공사를 따냈을때 인력·기술·장비가 부족한 일부공사를 전문업자에게 맡김으로써 시공을 경제적이고도 완벽하게 하자는 것이 취지.
그러나 이러한 상호보완정신은 이상일뿐, 현실은 각박하고 살벌하기만 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5백여개의 종합건설업체, 5천여개의 전문건설업체가 있으나 그 관계는 마치 토지개혁 전의「지주와 소작농」과 같다. 원청자의 갖가지 횡포에 하도급자는 종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게 돼있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업체는 큰공사를 하나 따내면 수익성이 많은 토목 건축등은 직접시공하고 이윤이 낮은분야는 하도급업체에 넘기는것이 관례로 돼있다.
이과정에서 하도급계약서를 써주는 회사는 양반이고 아예「할테면 하고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몰아 붙여 계약서없이 공사를 시키는 회사도있다. 계약서를 만들어주면서도 관계법령과 단속을 피해 합법을 가장한 가짜계약서 이외에 공사비에 미달되는 진짜계약서를 꾸미는 경우도 있다.
어떤 회사는 아예 실질적으로 몇개의 전문업체를 거느리고 자사직원부리듯 횡포를 부리면서 공사를 시키는 예도 있다.
정부는 정부공사의 하도급액을 원청금액의 80%이하로 할수없게하고 일반에게 이를 권하고 있으나 현실은 지난5월 현재 45∼63·7%에 불과한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지불도 문제. 법률상 15일이내에 하도록 돼있으나 전문건설업협회에 따르면 한달안에 결제하는 경우는 4·3%에 불과하고 60일이후 결제가 63·3%, 그것도 전체의 86·5%가 어음결제다.
어떤 회사는 공사대금을 자사제품으로 현물지급 또는 강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대형건설업체의 횡포때문에 영세전문건설업체들은 어쩔수 없이 무자격자를 채용하고 부실공사를 해서라도 자신들이 받는 불이익을 보상받으려 하게되는 것이다.
이번 독립기넘관 공사도 대림이 1백90여개 업체에 하청을 주었으며 사고를 낸 현대전업도 무면허기술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려다 사고를 낸것이다.
결국 덤핑입찰로 공사를 딴 대형건설업체가 싼값에 하도급을 주는 과정에서 원청자는 수익을 챙기고 하도급자는 공사비도 제대로 못받고 부실공사만 낳는 악순환의 일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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