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인상과 "정치바람"|김수길<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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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무리 정치의 계절이라지 만 요즘 행정부처에 불고 있는「정치바람」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좀 심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정치란 물론 나름대로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겠지만 요즘 당정협의결과를 지켜보면 굳이「논리」랄 것도 없이 그저「바람」만 일으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6일 당정협의에서 「일단보류」의 딱지를 맞은 고속도로통행료 인상 건만 해도 그렇다.
지난 6월말 고속도로 통행료 주말 할증 제를 폐지하면서 당정간에 10%인상의 필요성에 이미 의견일치를 보았고『할증 제를 폐지하는 효과를 상쇄시키지 않기 위해 요금인상을 뒤로 미루자』는 민정당의 정치적 판단이 받아들여져 이번에 스케줄이 잡혔던 것인데, 이번에는『신문에 다 보도된 것을 들고 오다니…』하는 식의 딱지를 맞은 것이다.
정치적인 판단이나 집권당으로서의 자존심 이전에 올려야만 할 요인이 있고 마땅한 다른 대안이 없다면 제때 시행하는 것이 나라살림을 잘 꾸려 가는 길이 아닐까.
통행료인상을 보류시킨 민정당은 또 한편에서 정부에 대고『고속도로를 더 놓아라』『지방도로 정비작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또 비슷한 논리로 의료보장 세 신설은 반대하면서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의료보험확대를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또 지난해 가을 큰 정치적 파란을 겪으면서 신민당을 따돌리고 민정당이 단독 통과시킨 조감 법이나 한은특융을 두고 1년 도 채 지나지 않아『연간 4백억 원 정도의 은행수지개선효과에 비해 정치적인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조감 법이나 한은특융제도를 고쳐야겠다』는 발언이 고위당직자의 입에서 버젓이 나오고 있다.
무슨 돈으로 고속도로를 놓고 의료보험실시를 확대하느냐, 은행수지 4백억 원이 과연 그리도 간단한 문제냐 하고 묻고 싶지만『그런 게 정치』라면 할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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