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소급보호 10년」|"복제업계 설 땅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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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외국인 저작권보호를 위한 한미간의 합의로 존폐의 위기를 맞은 복제(리프린트) 출판업계가 자구책에 부심하고 있다. 복제업계는 합의사항중 미국인 저작물에 대한 10년 소급보호 조항으로 집중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국내 개정저작권법의 발효연도로부터 10년 이내에 이미 발행된 미국의 저작물에 한해 무단복제출판을 행정지도로 금지토록 미국정부와 합의한 것이다. 즉 개정저작권법이 87년7월 발효되면 그 10년전인 77년7월이후에 나온 미국저작물은 소급해 무단복제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가입할 세계저작권협약(UCC)의 불소급원칙에도 예의적인 합의사항이며 미국에만 인정한 「특혜조항」이다.
40개사 복제출판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외서출판협의회(회장 박태량)는 4일 「복제출판의 영역은 확보돼야한다」라는 성명을 발표, 『UCC가입은 절대적으로 시기상조』라고 못박고 『복제출판에 대한 미국저작권의 10년소급보호는 국내 복제출판을 즉각적으로 불가능하게 할 것이며 개정저작권법안의 불소급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부당한 「행정지도」합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저작권이 소급보호되면 자연과학·의학·첨단기술 등의 경우 99%, 인문사회계의 경우 종류수로는50%이상, 유통량으론 80%이상이 해당돼 사실상 완전소급보호와 같은 효과며 이는 복제출판의 즉각적인 파산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복제출판이 불가능해지면 대부분의 외국서적들이 현재 리프린트 책자의 2∼5배 가격으로 수입돼야 하며 부분적인 복제물도 로열티 지불과 함께 독점가격화 함으로써 최소한 수십%의 가격상승이 따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 예로 『Shiba Collection』이란 해부도서의 경우 현재 국내 복사판이 4만원인데 비해 일본판은 20만엔, 미국 수입원서는 70만∼80만원으로 20배까지의 가격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일부 회원사들이 외국출판사들과 복제출판계약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한국엔 복제출판권을 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외국서적의 신속한 소개를 통한 정보유통의 차질을 우려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복제출판업체는 약 4백개사에 이른다. 연간 거래량은 총 6천종에 6백만부로 2백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중 19개사의 재고량만도 1만5천여종에 2백50여만권으로 전체적으론 엄청난 양일 것으로 보여 그 처리방안도 문제다.
복제출판업자들은 10년소급보호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앞으로 5∼10년의 시간을 벌어 국내교재개발등 제반 여건조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복제출판이 즉각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만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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