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모든 과학이론은 도전·응전의 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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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홍성욱 지음, 동아시아
448쪽, 1만8000원

뉴턴의 역학이론이 자연을 관찰해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새 이론을 내놓자 라이프니츠 같은 과학자는 물론이고 흄·괴테 같은 철학자·예술가들까지 비판에 나섰다. 뉴턴이 다시 논박을 하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뉴턴 이론은 서양 사회와 문화 속에 뿌리를 내렸다. 다윈의 진화론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실험실에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이론들과 경쟁해야 했다.

하나의 과학 이론이 사회속에서 우여곡절의 비판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이 책은 조명한다. 이렇게 과학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을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으로 분류한다. 영문 앞글자를 따서 ‘STS’다. STS 관점으로 보면, 과학에서 인간과 사회를 초월하는 그 무엇이란 없다. 초월적이며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과학지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두 세기 동안 한국은 서양 과학을 받아들이기에 바빴다. 서양의 역사에서 과학 이론은 ‘지지고 볶는’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졌는데, 우린 그런 복잡한 과정은 빼고 결과만 수용했다. 그렇게 수입되었기에 과학은 곧 진리로 통했으나 이제 제대로 볼 때가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교정해 주는 책이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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