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있는 답변 좀 듣자|이덕령<사회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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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럴 수가 있습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민족자존(자존)의 전당을 갖자고 고사리 손들까지 저금통을 털고 4천만이 정성을 모았던 그 짐을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태워 먹다니 말이 됩니까.』
독립기념관 화재소식이 보도된 5일, 중앙일보 편집국에는 분통을 터뜨리는 독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저녁상을 받아 놓고 신문을 보다 울화가 치밀어 밥알이 곤두선다는 독자도 있었다.
『전공 몇 명 구속으로 될 일입니까.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만든 책임자가 있지 않아요. 신문은 뭘 합니까. 이번 재난을 그런 식으로 다루면 신문도 공범자가 된다는 점을 명심하시오. 이건 국난입니다.』
이번 일을 놓고 독자들의 추궁은 추상같았다. 그만큼 독립기념관에 거는 민족적 기대감이 부풀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민족 시련의 한을 풀고 민족자존의 발 양지가 될 무대를 만든다며 온 국민이 총화의 뜻을 모아 쌓아 놓은 벽돌을 어처구니없이 불살라 버렸기에 안타까움은 더한 것이다.
바로 그 시간. 구리기와와 쇠용 마루가 녹아 흘러내려 마치 전쟁터의 폐허처럼 돼 버린 목천 독립기념관 현장.
정부관계자로부터 현장인부까지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부랴부랴 달려간 1백여 명의 기자들에게 이번 사건을 설명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성금을 낸 국민들에게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설명한마디 없었다.
『그런 건 독립기념관측에 알아보시오.』
『글쎄 우린 아무 것도 얘기할 수 없어요. 건립추진위원회로 가 보시오.』
모두가 기자들에게는 문을 꼭꼭 닫았고, 국민들에게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어두우니 불을 켜 달라고 했던 경비원이 있고, 스위치를 올려 준 전공이 있을 뿐이었다.
『동양최대규모로 중국의 천안문보다 더 크다는 대 역사를 초가집 짓듯 공기를 3년으로 잡았다가 그것마저 2년으로 서둘러 당긴 의도는 무엇인가.』
『민족전당을 지으면서 아시안게임에 맞춰 서두르면 된다는 식의 결과지상주의 발상을 하게 된 경외는 무엇이며, 이로 인한 전시행정과 부실공사로 화를 부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국민의 끝없는 관심과 분노에 책임있는 대답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를 당국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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