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호주의 압력에 굴복|더몬드 법안통과 저지를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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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설>
한-미 섬유협정이 87년 말로 끝나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금년 9월부터 한국의 대미수출물량을 대폭 억제하는 내용의 새로운 섬유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또 한차례 미국의 보호주의압력에 굴복한 꼴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이번 협상을 타결한 것은 8월6일로 임박한 미 의회의 더몬드 법안 번 복 표결을 앞두고 이를 저지하려는 미행정부의 힘겨운 노력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한국·대만·홍콩으로부터의 섬유류수입의 강력한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더몬드 법안은 이미 미상·하원을 통과,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입법이 저지되고 있는 상황인데 8월6일의 번복 표결에서 재 가결되어 입법화되는 경우 우리나라는 앞으로 4년 동안에만 25억4백만 달러의 수출감소를 가져오게 된다.
미정부가 한국·대만·홍콩에 대해 87년 말로 끝나는 기존상무협정을 무시하고 새로 협상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미 의회의 과격한 보호주의를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홍콩·대만은 이미 대미협상을 타결한바 있다.
그러나 미 통상 법 301조가 타결된 지 1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원화 절상요구·섬유협상타결 등 잇단 미국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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