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어린환자의 부모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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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린 자식을 중병으로 입원시킨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부모들은 대개 3단계의 심리 변화를 겪는다.
첫째, 「믿으려들지 않는」시기가 온다. 즉『심하니 입원시키라』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이들은 『설마 그럴려고』라는 심정이 되어 의사의 말을 반신반의한다. 즉 현실적인 두려움을 앞에 놓고 이를 정말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불안하여 눈을 꽉 감아 자신을 편케하는 것이다. 그래서 심하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라면서 우기는데, 이런 시기는 수주일에서 수개월간이나 간다.
둘째는 「좌절과 자책」의 시기다. 자식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부모는 애도·우울·죄책감·자책에 시달린다. 자기들이 잘못해서 자식을 이꼴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커지고, 그 때문에 평소 사이가 좋지않던 부모들이라면 그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싸움을 벌여 급기야는 이혼에까지 이르는 수도 있다. 또 부모는 자식을 잘못 건사했다고 의사가 나무랄까봐 전전긍긍하며 의사의 눈길을 피하려 든다. 또 어떤 부모는 죄책감을 병원에 전가하여 시시콜콜한 것까지 잡고 늘어지면서 의사와 간호원을 비난한다. 심지어는 『퇴원시키겠다』는 위협도 하고 『신문사에 고발하겠다』는 으름장도 놓는다.
이들은 또한 의료진에 경쟁의식을 갖고 대하는데, 까닭은 우리가 못하는 것을 저들이 한다는데서 오는 묘한 질투와 선망에서이다.
셋째, 「이성회복」의 시기다. 자식의 병세가 진정이 되면 이제 부모는 침착을 되찾아 실제로 자식에게 유리한 치료계획과 장래계획을 구상해내고 또 그렇게 실천한다.
그러나 자식이 퇴원한 후 어떤 부모는 과잉보호 쪽으로 기울어져 자식들간에 경쟁과 질투를 유발시키고 환아 장본인의 온당한 성격형성을 방해하는 잘못을 저지른다
다음은 의사가 할 일이다. 첫째, 의사는 환아 부모에게 병황과 향후조치에 대해서 자상하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설명은 한번만으로는 부족하다. 경황이 없는 부모는 들어도 잘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또 부모에게 의문나느 점이 있으면 물어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오해와 곡해를 사전 예방해야 한다.
둘째, 의사는 절대로 부모를 힐책해서는 안된다. 『왜 이렇게 늦게 병원에 데려오셨습니까』 『아니 어떻게 키우길래 이런 것도 눈치 못챘죠』라는 식은 금물이다. 긴장해 있는 부모를 가볍게 해주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셋째, 의사는 부모의 신임을 얻도록 애써야 한다. 우선 부모가 믿어야 아이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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