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운송 악용해 국산담배 밀수입한 일당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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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수출된 국산담배를 밀수입한 조직 총책과 세관공무원 등의 범행 개요도. [사진 부산지검]

외국에 수출된 국산담배를 밀수입한 조직 총책과 세관공무원 등이 검찰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도형)는 관세법 위반 혐의 등으로 담배 밀수입 조직 총책 A씨(52), A씨에게서 뒷돈을 받고 가담한 7급 세관공무원 B씨(48), 이들을 연결하며 브로커 역할을 한 관세사사무실 직원 C씨(54)를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밀수입조직원 D씨(57)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보세창고직원 E씨(37)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밀수입 담배는 국내에서 다시 10배 비싸게 팔 수 있어 판매차익을 노린 담배 밀수입이 최근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A씨는 2014년 5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통관 화물을 바꿔치기할 수 있도록 B씨에게 부탁할 목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C씨에게 3600만원을 전달한 뒤 지난 3월까지 10차례에 걸쳐 국산담배 11만 보루(시가 33억원 상당)를 필리핀에서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2014년 5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밀수입한 담배를 보세창고에서 바꿔치기해 빼낼 수 있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C씨에게서 17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A씨에게서 알선료와 대가 명목으로 받은 3600만원 가운데 1700만원을 B씨에게 건넸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보세운송 제도를 악용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세운송이란 외국에서 수입하는 화물을 입항지에서 통관하지 않고 세관장 승인을 얻어 수입물품 상태 그대로 다른 보세구역으로 운송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천항으로 와야 하는 수입품이 날씨 등으로 인해 부산항으로 갈 경우 화주가 세관의 보세운송 승인을 받아 부산항이 아닌 인천의 보세창고에서 통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밀수입 조직은 필리핀에 수출한 국산담배를 종이필터나 원목의자라고 속여 반입한 뒤 보세창고에 보관하다, 보세창고나 다른 보세창고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진짜 종이필터와 밀수담배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썼다. 통관 절차를 거치는 보세창고에서는 담배가 아닌 종이필터로 통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바꿔치기를 위해 보세창고 직원들의 감시가 소홀한 공휴일을 주로 이용했다. 돈을 받은 B씨가 세관의 감시와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들이 종이필터나 원목의자라고 속인 이유도 이 품목이 세관 감시를 쉽게 피할 수 있는 품목이라고 B씨가 가르쳐줬다. B씨는 또 E씨에게 다른 직원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공휴일에 보세창고 안에서 물품을 바꿔치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보세창고 안에서도 밀수 담배를 다른 물품으로 바꿔치기할 수 있었다.

검찰은 이런 범행을 방지하기 위해 보세창고 반출·입 때 물품이 동일한 지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보세운송업자 등록조건을 강화하도록 관세청에 요구할 방침이다.

윤대진 2차장검사는 “세관공무원이 밀수입 조직과 오랜 기간 결탁해 범행에 가담하면서 대량의 담배를 몰래 국내에 반입할 수 있었다”며 “불법적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전부 환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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