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춤선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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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바닷가에서 한가롭게 뛰노는 어린이들의 움직임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의 하나다. 동작은 즉각적이면서 단순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은 대개 몇가지 규칙으로 짜여진 놀이를 하고 그 놀이는 누군가가 규칙을 깨뜨림으로써 중단된다. 나이가 어릴수록 놀이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금방 바뀐다.
아이들은 무엇을 할것인지 정해놓고 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는 놀이를하다 어느덧 또다른 놀이를 시작한다. 그들은 우연히 발견된 깨어진 조개껍질로도 여러가지 많은 놀이를 할수 있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나타나서 각자에게 조개껍질을 하나씩 나누어 주면 금방 재미가 식어버린다. 상상력은 갑자기 제어되고 보는이를 의식하는 보편화된 익숙한 동작들이 나온다. 그들은 이미 자유인이 아닌 것이다.
한 인간이 잠을 잘때 얼마나 많이 몸의 자세를 바꾸는 가를 보기 위해서 자동카메라 장치로 찍은 일련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준비되어 있음을 예고한뒤 잠자는 모습을 찍은 일련의 사진들도 보았다. 얼핏 보기엔 별차이가 없는 듯하다. 그러나 전자는 그 자세가 놀랄 만큼 다양한데 비해 후자는 잘 짜여졌으나 단조롭다.
무용에서 즉흥능력을 훈련시킬때 타인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하기가 가장 힘들다.
상상력을 최대로 발휘하게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설명이나 언급은 줄인다. 무용수들이 어린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해 보이면서 두뺨이 상기되고 저마다 완전히 다르게 보일때 즉흥훈련은 일단 성공한 셈이다. 그들이 들어올린 다리의 높이가 오만하거나 위축되지 않을 때, 그들이 도대체 몇바퀴나 돌았는지라든가, 그들이 뛸때 마치 고양이나 다른 동물들처럼 보였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때 가장 아름답다.
유원지에 모여 춤추는 이들중에서 더러 괜찮은 춤을추는 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대개는 나이가 많이 든 노인들이다.
노인의 어깨는 하늘을 나란히 하고 발은 오랜 세월 자신이 밟아온 무게를 새삼 조심스레 확인한다. 손끝을 까딱거리며 공기를 날려보내고 조그만 고개짓을 통하여 박자를 맞춘다.
가끔 내어쉬는 한숨에서 그의 일생을 읽을 수있다.
그래서 어린아이와 노인은 나의 영원한 춤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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