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한성기업서 받은 돈은 고문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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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수년간에 걸쳐 자신의 고교 후배인 임우근(68)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 측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검찰이 포착해 수사 중이다.

대우조선 의혹 관련 소환 조사
검찰 “억대 뇌물수수 정황 포착”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9일 강 전 행장을 소환해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장으로 부임(2011년 3월)하기 전과 산업은행장을 마치고 퇴임(2013년 4월)한 이후 한성기업 경영 고문으로 있으면서 사무실 운영비, 해외 출장비 등 금품을 지원받고 골프 접대 등도 받았다.

강 전 행장이 지원받은 총 금액은 1억원 이상이라고 한다. 산업은행은 국책 은행이라서 산업은행장은 신분이 공무원에 준한다. 뇌물죄 적용 대상이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재임하던 2011년 한성기업이 산업은행에서 180억원을 대출받을 때 시중 금리보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받은 사실에 주목, 강 전 행장을 상대로 대가성 여부를 캐물었다.

검찰은 또 한성기업의 모기업인 극동수산이 같은 해 산업은행에서 60억여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심사가 부당하게 이뤄진 단서를 잡고 그게 강 전 행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지를 확인 중이다.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장 재임 때 지인 김모(구속)씨가 운영하는 바이오 업체 B사에 대우조선이 44억원을 투자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강 전 행장 측은 “산업은행장 등 공직에 있을 때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공직 취임 전과 퇴임 후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프로젝트별로 고문료를 받은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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