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리포트] 세련된 연대 스타일? 요즘엔 고대생도 패셔니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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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대학생의 패션이 달라졌다. 여대생에 비해 트렌드에 둔감하고 패션 감각이 떨어진다는 건 옛말이다.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과거엔 남자 대학생이 옷에 관심을 갖는 걸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남자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라고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청소년 시절부터 패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다 보니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 중에도 대학 입학 전에 알게 모르게 자신의 패션 스타일을 정립한 사람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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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사실일까.

남자 대학생 캠퍼스 패션 비교
세련 vs 터프함, 맥주 vs 막걸리
각인된 대학 이미지 이젠 옛말

2학기 개강날인 지난 1, 2일 사학 라이벌 명문 연세대와 고려대를 직접 찾아가 봤다. 세련됨 vs 촌스러움. 지난 수십 년 동안 막연하게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두 대학의 이미지가 과연 패션에도 그대로 묻어날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틀간의 관찰 결과만 놓고 보면 두 대학 간 두드러진 차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연대 남학생이라고 특별히 더 패션에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고, 한동안 ‘패션 테러리스트’로 악명 높았던 고대 남학생은 거꾸로 과거엔 기대하기 어려웠던 감각적인 스타일로 캠퍼스를 누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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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교수는 “과거 ‘연대는 맥주, 고대는 막걸리’라는 식으로 두 학교 간에 확연히 다른 문화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출신 고교가 엇비슷하다 보니 이런 차이가 많이 희석됐다”고 말했다.

학교별 차이가 두드러지는 대신 두 학교의 캠퍼스 패션 모두 요즘 20대의 유행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우선 확연히 달라진 바지 길이. 남학생 바지 길이가 발목 위로 껑충하게 짧았다. 특히 청바지는 몸에 달라붙는 스키니든, 통 넓은 일자 바지든 상관없이 밑단을 한두 번 접어 올려 다들 복숭아뼈가 드러나게 입었다. 무릎 부분을 크게 찢어내 과감한 스타일링을 시도한 청바지도 눈에 많이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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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청바지나 면바지가 아니면 복학생 패션으로나 통했던 슬랙스(양복바지)가 대세가 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검정이나 회색으로 바람이 잘 통하는 합성섬유나 여름용 양모 소재로 만든 게 많은데, 슬랙스 역시 복숭아뼈가 보이도록 짧게 입었다. 발목이 드러나는 짧은 검정 슬랙스를 입은 임윤세(연대 경영학과 12학번)씨는 “슬랙스는 뭘 받쳐 입어도 청바지보다는 세련되게 스타일링할 수 있어 즐겨 입는다”며 “요즘은 바지 길이가 길면 촌스러워 보여 가급적 짧게 입는다”고 말했다.

샌들을 신은 남학생도 많았다. 이것 역시 복학생 패션 냄새가 물씬 나던 슬리퍼나 스포츠 샌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샌들 속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은 ‘대책 없는’ 패션이 아니라 맨발이 훤히 보이는 플립플롭(발가락 사이에 끈을 끼워 신는 신발)형 샌들이 주를 이룬다. 이민우(고대 통계학과 10학번)씨는 “불과 2~3년 전엔 아무리 더워도 맨발에 샌들을 신고 학교 오는 게 부담스러웠는데 요즘은 다들 아무렇지 않게 신는다”며 “내가 신은 이런 (플립플롭형) 샌들 말고 아주 특이한 샌들을 신는 남자애들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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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로는 도톰한 스웻셔츠(sweat shirts· 운동복)를 많이 입었다. 긴 팔에 목둘레가 딱 달라붙는 전형적인 디자인보다 목둘레를 더 넓게 파고 팔 길이는 짧게 자르거나 허리 밑단에 흰색 면 조각을 덧붙여 마치 흰 티셔츠를 겹쳐 입은 것 같은 효과를 낸 변형된 디자인이 돋보였다. 요즘 패션 트렌드에 맞춘 오버 사이즈(over size)도 두 캠퍼스 모두에서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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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씨는 두 캠퍼스 스트리트 패션을 보고는 “많이 세련돼졌다”며 “특정 유행을 좇아 일자나 스키니 바지 등 통일된 스타일을 입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체형에 맞게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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