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전|한여름의 관람 인파|평론가·화가들이 말하는 붐비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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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중섭 전」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6월16일부터 지난20일까지 35일 동안 총 관람객 수는 8만2천9백47명, 하루 평균 2천3백70명씩 들었다. 지금까지 국내작가로 가장 인기가 있었던 「박수근 작품전」의 하루 평균 관람객 1천명, 외국작가로 인기가 높았던 「피카소 전」하루평균 관람객 1천1백32명의 2배를 넘고 있다.
방학첫날인 20일(일) 하루에 4천3백28명의 인파가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보았다.
이 같은 기록(하루평균 관람객 수·하루최고 관람객 수)은 한국작가전시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중섭 전」이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을까….
미술평론가·화가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중섭 전」은 우선 전시계획 면에서 성공했다. 호암갤러리는 이중섭 화백의 30주기(9월6일)를 맞아 그의 유작2백50여 점을 모아 6월16일부터 대기획전을 열었다..
지금까지 열렸던 몇 차례 「이중섭 전」에 비해 작품이 다양하고 숫적으로도 압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전시회로 애호가의 관심을 끌었다.
「이중섭 전」을 위하여 VTR상영, 슬라이드 (80커트)상영, 28개 설명판 및 보조자료를 내놓아 한사람의 예술세계를 밀도 있게 조명했다. 더욱이 중앙일보 새 사옥에 현대적 시설로 차린 호암갤러리(4백50평)는 시원한 냉방, 쾌적한 휴식공간을 가지고 있어 관람객을 편안하게 맞이하고 있다.
이 전시장에는 그가 미도파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1955년 당시의 캐럴로그·방명록(3권)·결혼사진·재불작가 한묵씨가 그린 이중섭 초상화·이중섭의 자필이력서 등 많은 자료가 진열되었다.
2백50점이라는 많은 작품을 보는데 지루하지 않게 소·새·가족·아이들 등 작품 주제별로 나누어 작은 방을 꾸미는 형식으로 전시, 관람효과를 거두었다.
또 양면에 그려진 그림을 다 볼 수 있게 특별한 전시형태로 애호가들에게 친절을 다했다.
그러나 이같이 주도면밀한 전시계획만으로 인기를 끌 수는 없는 법-. 그럼 무엇이 「이중섭 전」을 보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당겼을까….
미술평론가 유홍준씨는 먼저 이중섭 화백의 지명도를 들었다. 이중섭 화백은 영화·연극·소설·TV드라머 등으로 소개돼 중학생 이상이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것. 이런 지명도에 작품을 다양하게 내놓아 보지 않으면 안될 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작품 하나 하나에 사연이 담겨 슬픈 느낌을 전한 것도 인기를 높인 이유로 꼽힌다.
관람자의 생각을 새 보조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큰 힘-.
진실된 감정을 쏟아놓아 예술성의 비판에 앞서 좋다는 느낌이 먼저와 닿는 그림이 많았다는 것-.
미술평론가 이경성씨는 『이중섭의 생애가 비극적이었고 죽음이 비참했던 것도 인기의 한 원인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제적인 사랑까지 이야기 거리를 제공했고 이중섭 화백이 문인들과 가까이 지내 글로 많이 소개되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것.
이런 이야기 거리 못지 않게 전통과 직결되는 예술적인 그림을 남긴 것도 인기를 끈 큰 힘으로 작용되고 있다.
이대원 화백은 『그의 힘찬 선이 전체그림을 역동감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하면서『은지화는 고려청자의 상감기법을 이용한 표현으로 독창적인 선묘화 경지에 도달했다. 여기에 그려진 많은 인물표정들은 때로는 슬프고, 웃음도 머금고, 어떤 것은 불상을 연상케 한다』고 칭찬했다.
지명도 못지 않게 작품세계도 뚜렷하다는 얘기다.
미술평론가 박내경씨는 『회화성보다 문학성 때문에 인기가 높다. 이제 한 작가로서 진정한 평가를 위해 이번 전시회가 관심을 끌고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전시회를 통해 회화성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미술평론가 이귀열씨는 『어느 나라고 국민적 사랑과 존경을 받는 화가는 있게 마련이다. 이는 반드시 작가의 업적과 일치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화가가 이중섭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30주기란 시의를 잘 포착했고 일반의 관심이 높은 이중섭 작품을 최대규모로 다양하게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호암갤러리는 이 같은 전문가의 평가를 토대로 애호가들의 열화 같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당초 24일로 끝날 예정이던 「이중섭 전」를 8월17일까지 연장했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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