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생활수준…도농 격차 심하다|도시는 "부르좌화" 농촌은 "먹는 문제 해결"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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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홍콩=박병석특파원】중공이 4개 현대화정책을 실시한 이후 국민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소비패턴 등 생활양식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영양 많고 맛있는 음식, 편리한 생활용품, 패션의상 등 과거 부르좌의 생활양식으로 규탄 받던 것들이 이제 동경의 대상이 됐다.
최근 중공의 관영 영자일간지 차이나 데일리는 결혼할 때 신랑·신부들이 주고받는 「과도한 예물」을 비판하고 있는데 중공 젊은이들의 결혼예물 인기품목의 변천은 바로 중공생활수준의 발전을 반영하고 있다.
이 신문은 60년대는 손목시계·자전거·자봉틀에서 70년대는 흑백TV·냉장고·카세트테이프 레코터·세탁기 등으로 바뀌었으며, 80년대 들어서는「3금 및 4대 물품」으로 지칭되는 금반지·금팔찌·금목걸이·컬러TV·투도어 냉장고·전자동 세탁기·더블데크 테이프레고더 등으로 발전했다고 전하고 있다.
중공 국민들의 소득증가에 따른 변화중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결혼 예물 변천과정」에서 보듯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하는 내구성소비재 구입 붐이다.
중공관영 시사주간지 「요망」 최근호는 「중공도시가정경제 및 구조변화」라는 특집을 통해 『최근 수년간 도시주민의 급격한 소득증가는 고급내구성 소비재의 구매 붐을 가져왔다』고 전제, 소위 「기대건」이라 불리는 TV·냉장고·카세트 테이프 레코더·세탁기·오토바이 등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있다고 전했다.
중공당국이 밝힌 85년 현재 10억 전 인구 중 2억 명이 사는 도시의 1백 가구 당 주요 재산보유현황은 이러한 내구소비재 구입 붐을 잘 설명하고 있다 (별표참조).
선풍기(75대)와 흑백TV(73대)는 이미 보편화 됐으며 세탁기도 반 이상이 보급됐다.
컬러TV(18대)와 카메라(10대), 스테레오녹음기(21대)의 보급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무르고있어 많은 가정들이 이들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교적 값이 비싼 세탁기의 보급률이 높은 것은 부부가 모두 직업을 갖는 중공사회의 특징 때문으로 해석된다.
경제일보는 지난해 중공 도시주민의 내구소비재(소비용품)에 대한 지출액이 84년 대비 61%가 증가해 1백 가구 당 선풍기는 13·5대, 세탁기는 12·3대, 냉장고 5·2대, 컬러TV 8·5대, 녹음기 9·9대를 85년 1년 중에 새로 구입했다고 전하고 있다.
한편 일부 부자가 된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예술적인 재능을 살리기 위해 피아노·기타 등 값비싼 악기를 구입하고 있으며 비디오도 보급되기 시작하는 등 「보다 높은 수준의 소비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선부 후의 균부」(일부가 먼저 부자가 된 후에 소득의 재분배를 실시한다는 뜻)를 인정한 중공실용주의자들의 정책전환은 이제 「선부」라는 비록 일시적이지만 소득불평등을 낳고 있기도 하다.
색상·재료·스타일의 다양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의복개혁」도 중공 도시주민들의 두드러진 변화중의 하나다.
우중충한 단일색상의 모택동식 작업복을 「혁명정신」의 심벌처럼 여겼던 주민들이 서구스타일의 양복과 양장을 선호하는 등 의생활의 고급화·다양화·기성복화가 눈에 띄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공의 도시주민들에게 가장 성행하고 있는 의복은 지퍼가 달린 재키트·운동복·양복·비옷 및 각종 깃털내장 점퍼 등이다.
대도시에서도 가장 큰 옷 상점에서 팔고 있는 옷가지 수는 과거 1천여 종에서 현재는 약 2천여 종이나 된다.
색상과 스타일의 다양화와 아울러 재료(기지)도 다양화돼 품질이 다른 옷감의 종류가 1백여 종이나 되는데 이 또한 몇 년 전에 비하면 2배가 증가한 것이다.
도시주민들의 높은 옷치장 추구성향을 반영, 지난해 1인당 의류구입비 지출은 1백12원(약37달러)으로 84년 대비 29%나 증가했다.
의복 뿐 아니라 화장품 및 장식용품에 대한 젊은이들의 흥미도 늘고있어 여자들은 루지는 물론 금·은, 혹은 진주등 귀금속 목걸이·귀고리·브로치·팔지 등으로 치장하고 있다.
85년 화장품 및 귀금속 장식용품 구입지출비용은 84년 대비 각각 44·4%및 5배가 증가했는데 젊은 남녀들이 약혼할 때 개당 4백∼5백원(당시환율 1달러=3·2원)을 호가하는 금반지 등을 선물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내구소비재 및 의생활의 향상은 식생활의 향상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내 경제 활성화, 대외개방」으로 요약되는 실용주의 노선이 닻을 올린 78년 이전만 해도 도시일반가정 수입의 「절대부분」이 식료품 비로 사용됐으며 그 중 주식비 비중은 연평균 생활비용의 약20%를 점했었다.
85년 중 식료품비가 전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떨어졌으며 주식비의 비중은 8·7%에 불과하다.
이제 도시주민들은 소득의 반정도를 식품이외의 소비부문에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으며 식생활도 부식비가 주식비의 3·4배나 되는 것처럼 맛있고 영양가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화오락용품비가 전 생활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4년의 4·4%에서 85년에는 7·6%로 늘었다는 것도 주목된다.
소비수준 향상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중공의 전통적인 대가족제도가 붕괴되고 핵가족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가구 당 평균가족수가 78년의 4·4명에서 85년에는 3·8명으로 축소됐는데 이는「1자녀 정책」의 영향이 크다.
또 2∼3명으로 구성된 핵가족 가구가 도시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2년의 31%에서 84년에는 36%로 증가했다는 점은 핵가족화에 따른 대가족제도의 붕괴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 인구의 80%, 약8억 인이 생활하고 있는 농촌의 소득수준은 비록 빠른 속도로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도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공정부통계에 따르면 85년도 농민1인당 평균순수입은 3백97원(1달러=3·2원)으로 『농촌의 대다수 가구가 배불리 먹는 「온포」문제는 해결』한 수준이다.
중공당국은 농민들의 생활수준을 4단계로 구분하고 있는데 85년 기준으로 연평균 순 수입▲2백원이하의 빈곤층이 12·2%▲2백∼5백원의 온포해결층 65·5%▲5백∼1천 원의 중상층이 20%▲1천원 이상의 부유농은 2·3%에 머무르고 있다.
서방세계의 매스컴들이 「중공의 현대화, 서구화물결」을 요란스럽게 보도하지만 중공을 직접 다녀온 외국인들이 중공의 생활수준을 「50년대 후반 또는 60년대 초의 한국정도」로 표현하는 것도 바로 개혁과 전통, 도시와 농촌의 천차만별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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