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개방 압력 안 끝났다|한미 통상 협상 타결 미측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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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통상 협상이 일괄 타결된데 대해 미 행정부는 물론, 관계 업계에서는 다같이 열렬한 환영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
협상의 미국 측 수석 대표인 「클레이튼·야이터」 통상 대표는 21일 합의 문서 서명이 끝난 직후 『협상 결과에 만족하는가?』라는 기자 질문을 받고 『만족하지 않았다면 서명을 했겠느냐』고 반문했고, 실무 대표인 「마이클·스미드」씨는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번 타결결과로 미국이 대한 무역 수지 적자를 연간 2억 달러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협상의 한국 측 수석 대표였던 김경원 주미 대사는 한미간의 최대 통상 현안 문제가 타결됨으로써 KAL기의 시카고 노선 개설을 목표로 한 항공 협정과 일반 특혜 관세 (GSP) 에 관한 협상이 보다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는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타결로 혜택을 받게될 당사자인 미국 보험 및 출판 업계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AIG보험 회사측은 아직 한국 시장에 접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한국 시장이 개방되었다고 해서 당장 「한국행 러시」가 일어날 것으로는 보지 않으며 한국 시장을 파악하고 한국 업계와 관계를 맺으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제 지적 소유권 연합회의 「캐롤·리셔」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한국이 「해적판」을 금지시키겠다고 약속한 것과 새로운 저작권법을 통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보호하기로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진출을 위한 로비 활동의 선봉장 격이었던 필립 모리스 담배 회사의 「돈·해리스」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담배 시장 개방 결정이 『한미간 자유 무역을 위해 좋은 일이며 이 결정이 중요한 첫 단계』라고 표현함으로써 더 이상의 시장 개방을 기대했다.
한국 측에서는 이번 양보가 전반적인 한미 통상 마찰에 파급 효과를 일으켜 당분간 통상압력을 받지 않게 되리라고 속단해서는 안될 것 같다.
미국으로부터 불어오는 통상 압력의 바람은 행정부·의회·업계 등 다양한 원천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타결로 행정부와 관련 업계의 압력은 무마시켰지만 의회와 다른 업계의 압력을 무마했다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미국 영화 업계가 행정부 쪽 301조 조치를 본다 한국 외화 시장 개방 압력을 넣은 예가 보여주듯 이번 타결이 301조 제소 러시를 몰고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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