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신 <정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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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는 죽지 않고 여기 살아 있읍니다. 경북 달성군 하준면 묘동 용산 아래 살아서 단청으로 곱게 자리하고 있읍니다.
다만 한 임금을 섬기려던 죄목으로 삼족을 멸하는 형벌을 얻었지만 역사는 맺힌 매듭을 풀고 국보위에 올렸읍니다.
충정공 박팽년의 유복손이 앉은자리 오백년 비바람도 바래지 못한 충절 홍살문 태극무늬가 아픔처럼 진합니다.
바수어진 뼈들은 노량진에 묻어두고 흩어진 영혼들은 육신사에 모은 뜻을 수양과 단종은 압니다 그때 이미 알았읍니다.
우리가 죽었지만 죽은 것이 아니듯이 외면할 수 없는 민심, 돌아 설 수 없는 천심 진실은 치도곤을 치러도 불을 밝혀 섰습니다.

<약력>
▲1946년 경북 달성 출생 ▲69년 『여원』 여류 신인상 시조 당선 ▲73년『설일』로 『현대 시학』 추천 완료 ▲현 한국 문인 협회·한국 시조 시인 협회·한국 여류 문학인회·영남 시조 문학회 회원. 「현대율」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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