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향목」 무료로 나눠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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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낮 동안/무거운 짐에 시달린 이들/이 밤에/그 수고의 땀을/나의 향기로 식히리라.
「사랑의 향기 나누기 운동」으로 바쁜 나날을 사는 박정진씨 (68) 가 난생 처음으로 지었다는 시「야향목」 이다. 낮 동안 꼭 닫혔던 꽃봉오리가 하오8시 무렵부터 피어나 다음날 새벽 해뜰 녘까지 싱그러운 향기를 뿜는 야향목 (Night Blooming Jessamine).
3년 전 부인 윤세희씨(60) 가 구해온 이 꽃나무에 반한 박씨는 『이렇게 근사한 향기를 혼자 즐기기가 아깝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사랑의 향기 나누기 운동」
열대식물인 야향목을 번식시키기 위해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꺾꽂이로 번식시키는 요령을 터득하자 누구에게나 무료로 그 묘목을 나눠주기로 한 것이다. 조건은 야향목을 나눠 받은 사람도 꺾꽂이로 야향목을 번식시켜 6개월 이내에 다른 12명에게 또 무료로 나눠주겠다는 약속. 지난 6월부터 3백여 명이 야향목을 분양 받았다.
외과의사인 박씨네 병원 한켠의 2평 남짓한 방이 바로 이 운동의 본부격. 매주 화요일마다 1백20포기씩 꺾꽂이하는 박씨가 틈틈이 돌보는 야향목 묘목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랑의 향기 나누기 운동」 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박씨는 89년 말까지 야향목을 가장 많이 퍼뜨린 3명에게 컬러TV를 상품으로 줄 예정. 상품 구입비를 위해 박씨는 하루 1천원씩 꼬박꼬박 저금하고있다.
야향목을 나눠 줄 때 이 나무에 대한 소개와 함께 꺾꽂이며 돌보는 요령 등이 적혀있는 동참 확인서를 함께 주고 앞으로 야향목을 나눠준 사람과 나눠 받은 사람 및 개화일 등을 박씨에게 회신하도록 하기 때문에 누가 얼마나 야향목을 보급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집집마다 야향목 향기를 퍼뜨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밤거리를 거니는 사람들도 그 향기를 즐기게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군요. 또 호텔이나 여관방마다 야향목 향기가 가득하다면 국내외 여행자들에게도 얼마나 큰 위안과 즐거움이랴 싶습니다.』
박씨의 연락처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110의460. 전화 (247)3460.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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