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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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출세의 첫째 조건은?』이라는 질문에 세계 10개국의 사람들이 일치하는 답변을 했다.
전문지식과 기능-.
향후 25년, 2010년의 출세 조건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사 특약사인 일본 경제신문은 최근 창간 1백10주년 기념으로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서독·이탈리아·오스트레일리아·브라질·한국을 대상으로 각각 1천명씩 모두 1만명에게 앙케트를 냈다.
그 가운데 출세의 조건, 사회적성공의 조건을 묻는 항목이 있었다.
오늘의 출세 조건으로는 두 번째가 의욕, 세 번째가 체력과 건강, 네 번째가 학력, 다섯 번째가 인맥. 동서양을 막론하고 학력이나 인맥을「베스트 5」조건의 하나로 꼽은 것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출세조건은 많이 달라진다.「인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창조력」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①전문지식과 기능 ②학력 ③근로 의욕 ④체력과 건강 ⑤창조력-.
전문지식과 기능을 필요로 하는 사회에서 학력이 두 번째의 조건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우리 나라 교육개혁 심의위가 『출세·학벌 위주의 그릇된 교육관…』운운하는 현실과는 너무도 다르다.
사회적 성공의 조건은 나라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영국과 같은 나라는 오늘의 시속을 기준으로 성공의 조건을 ①근로 의욕과 향상심 ②전문지식과 기능 ③학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5년 후의 영국에서 통하는 성공의 조건으로는 ①전문지식과 기능 ②학력 ③근로 의욕과 향상심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오늘을 사는 성공의 조건을 ①근로 의욕과 향상심 ②전문지식과 기능 ③인맥을 꼽고 있다. 25년 후엔 역시 첫째가 전문지식과 기능, 둘째가 학력, 셋째가 근로 의욕과 향상심이다.
오늘의 구미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일하는 의욕을 잃고 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일 벌레」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성공의 조건을 첫째 체력과 건강, 둘째 전문지식과 기능, 세째 근로 의욕과 향상심으로 꼽고 있다. 25년 후엔 ①전문지식과 기능 ②체력과 건강 ③근로의욕과 향상심.
우리 나라 사람들의 사회의식이 따로 분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인이 창조력을 출세 조건의 세 번째로 지적한 사실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일이다.
아뭏든 세계인의 의식이「맨발로 뛰는 근면 제일주의」에서 「프러페셔널리즘」의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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