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서 굿은 무엇인가|소장학자·예술인 6명 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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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오늘의 우리에게 굿은 무엇인가. 젊은 학자, 예술가들이 최근 이 문제를 묻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오윤 (화가) 이애주 (한국무용가) 채희완 (미학) 최태현(국악인) 하종오 (시인) 김수남 (사진작가)씨가 참가했다. 오씨는 지난5일 세상을 떠남으로써 그의 마지막 좌담이 됐다.
김씨의 사진 집『한국의 굿』제10권 (열학당 펴냄) 발간기념으로 열렸다. 전체적으로 삶의 본질,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굿으로 접근하는, 요즘 젊은 층의 굿에 대한 시각을 보여 주고있다.
먼저 채씨가 『굿이 무엇을 해결해장 수 있을까.』 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오씨는 『굿 자체가 남아있다는 사실이 일단 중요하다.』 고 말했다. 굿 자체에 생명력이 있다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김씨는 『굿을 우주생성의 문제, 우주관의 측면에서 봐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씨는 『과거의 전통적인 굿에 대한 불만 때문에 새로운 양식의 굿을 만들어 소리 굿이란 걸 해왔다.』 면서 『굿이 오늘의 복잡다단한 사회를 발전적으로 이끌어 가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반해 오씨는 『굿은 그냥 굿으로 봐줘야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굿 자체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 것은 한쪽 시각으로만 보고 현대사회 과학의 논법을 억지로 굿에 대입해보고 싶은 의욕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채씨는 굿이 자기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딴 식으로 위탁하러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지만『만약 굿이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못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은 끈질기게 살아가는 힘 또는 사는 맛을 많은 사람들에게 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과연 굿이 살맛을 주느냐.』 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씨는 『오늘의 예술 상황은 부정적』 이어서 『감동 당해 본적도 없고 감동하기도 싫으며』『만날 데는 한군데밖에 없다.』 고 말했다. 마치 무당이 신내림을 받을 때처럼 진정함이라는 것, 그것하나 믿고 싶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이은 최씨는 『지금 국악의 현실을 타개하고 다시 생명의 불씨를 찾으려면 굿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씨는 『오늘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춤이나 그림·문학· 음악, 그 어느 것도 원천적이며 본질적인 것은 굿 안에 담겨있다는 사실에 보다 관심이 간다.』 고 털어놓았다. 아주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것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다 통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채씨는 『굿은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것이나 낡은 것이나 두루 삶과 역사를 꿰어주는 원초성· 본원성·진솔함·총체성·자기 생명성이 있다.』 고 요약했다.
참석자들은 굿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과학적인 진실성으로, 나아가 새로운 사회를 맞이하는 예술창작 활동의 상상력의 원천이 되도록 해보자고 다짐했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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