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감 느껴서”…회사 핵심기술 빼돌린 50대 남성 구속

중앙일보

입력

 
6년간 근무하던 회사의 핵심기술을 중국 등 해외로 유출하려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회사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가 빼돌리려던 기술은 ‘지폐 감별기계 제조 기술’이다. 개발 자금으로 80억 원이 투입됐는데,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억원을 지원받았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신ㆍ구화폐와 위조지폐를 빠르게 감별해내는 기계(지폐정사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 K업체의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 한 혐의(산업기술의유출방지법 위반)로 K사의 전 연구소장 김모(57)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공범 한모(52)씨 등 5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9년 K사 산하 연구소장으로 입사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이 회사의 중국법인 대표로 발령 났다. 김씨는 “인사 이후 회사에서 대우도 달라지고 소외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K사 관계자는 “김씨가 연구소장으로 재직할 때의 리더십이 조직 전체와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중국법인 발령은 문제가 불거지자 김씨 본인도 원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후 4월 초부터 6월13일까지 K사가 보유한 지폐정사기의 제조ㆍ설계 도면을 34차례에 걸쳐 빼돌렸다. 외부 컴퓨터에서 회사 내 컴퓨터에 접속한 후 기술정보를 자신의 컴퓨터로 옮기고 다시 한씨의 컴퓨터로 옮기는 수법을 썼다. 이렇게 옮긴 파일은 400GB(기가바이트), A4 용지 2억장 분량에 달했다.

김씨는 빼돌린 기술을 바탕으로 6월 21일 지폐 감별기를 제조하는 D사를 새로 만들었다. 중국과 홍콩 등 해외 진출도 염두에 뒀다고 한다. 그러나 서버에 누군가 접속해 정보를 빼돌린 흔적을 발견한 K사가 최근 퇴사한 김씨를 수상히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법인 설립 하루 만에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c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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