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산성|김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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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눈밭 일던 그 해 겨울
추위보다 아픈 인고
손금에 겨운 정을
치마폭에 감싸면서
우리가 살아갈 땅은
우리가 지키리란.
포위당한 산성에는
물도 귀한 겨울날
기지는 번쩍이어
쌀로 씻긴 말 목욕에
옥다문 입술사이론
넘쳐나던 승전의지.
덕양산 마루턱에
하늘 감은 대첩비
충장사 뜨락 깊이
만발하는 백목련은
식곤증 어리는 한낮
타오르는 충혼인가
흐르는 한강변을
질주하는 올림픽대로
행주치마 전설을
유람선에 띄우면서
오늘의 내나라 역사
돌아보며 서는 언덕.

<약력>▲본명 김금자 ▲1957년 삼척출생 ▲성균관대 국어국문과 졸업 ▲85년『시조문학』 25주년기념 지상백일장 장원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나래시조문학·중앙시조문우회「한가람」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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