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곡 단골 작사가 박건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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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기가수와 인기작곡가는 있어도 인기작사가는 없다』고 그동안 가요계에서는 일컬어져왔다. 그러나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고 성큼「인기작사가」로 자리를 굳힌 이가 있다.
정수라의『아버지의 의자』, 나미의『슬픈인연』, 이선희의『괜찮아』, 최진희의『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등 요즘 히트곡의 노랫말을 도맡다시피 만든 작사가 박건호씨(36)
『늘 부닥치는 생활의 모습이 모두 좋은 소재이지요. 이따금 정처없이 여행도 합니다. 유명인이 되고나니까 쓸데없는 일에 바빠져 조용히 창작할 시간이 아쉽습니다.』
그는 국내 작사가 가운데 유일하게 레코드사에 전속돼 월급을 받고 있는 작사가다. 지난 84년 지구레코드사에 계약금 3천만원을 받고 전속된후 매달 1백50만원씩을 받아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만한 대우는 인기작곡가 중에서도 몇번안에 손꼽힐 정도다. 그만큼 그는「히트작의 보고」로 인정받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쓴 노랫말 가운데 대표적인 히트곡 몇곡만 꼽아봐도 그의 위치를 금방 알 수 있다.
데뷔작『모닥불』(노래 박인희)를 비롯해『내곁에 있어줘』(이수미),『빈의자』(장재남),『단발머리』『눈물의 파티』(조용필),『잊혀진 계절』(이용),『그것은 인생』(최혜영),『아 대한민국』(정수라),『빙글빙글』(나미),『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민해경)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앞으로는 노랫말에 충분한 메시지를 담을수 있도록 길고 산문적인 작품을 쓸 계획입니다.』
원주에서 태어나 시인이 될 꿈을 안고 상경했다가 72년 가수 박인희를 알게돼 작사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동안 발표한 작품은 1천5백여곡.『많이 발표했으니까 그중에 히트한 작품도 많을 수밖에 더 있겠느냐』고 겸손해한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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