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 ‘착한가게’…“안쓰는 물건으로 이웃 도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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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월곡2동주민센터 내 ‘착한 가게’를 찾은 주민들이 판매 물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주민들이 만든 무인판매점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2동 주민센터에는 특별한 가게가 있다. 민원창구 바로 옆에 긴 테이블 2개와 옷걸이로 꾸며진 상점에서 생활용품을 비롯해 다양한 물품들을 판다. 각 상품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만 다른 가게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대다수 물품 가격이 500원·1000원·3000원 등이다. 이 가게는 무인 판매 형식으로 운영된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른 뒤 투명 모금함에 돈을 넣으면 된다. 주민들이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든 ‘365 행복동네 착한 가게’ 얘기다.

광주 월곡2동 자치위 설치 앞장서
주민·공무원 등 안쓰는 물건 기부
수익금으로 취약계층에 추석선물

착한 가게는 월곡2동 주민자치위원회 주도로 설치됐다. 나성복(68) 위원장과 위원들은 집에서 쓰지 않는 물품을 팔아 이웃을 돕기 위해 지난 7월 28일 가게를 열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치약·비누·문구 등 대부분의 물품은 위원들을 비롯한 주민들이 기부한 것이다. 위원들은 “우리 집에서는 불필요한 물품이지만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것일 수 있다.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흔쾌히 물건들을 내놓았다.

동주민센터도 힘을 보탰다. 우선 착한 가게를 설치할 공간을 제공했다. 공무원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물품을 정리하고 빠진 물품을 새로 진열한다. 중고 의류의 경우 조금이라도 지저분하면 세탁한 뒤 판매한다.

일반 주민들은 적극적인 물품 구매로 도움을 주고 있다. 각종 민원서류를 떼러온 주민들은 우연히 발견한 착한 가게에서 장을 본다. 대다수 물품이 새 제품인 데다 가격까지 싸 만족도가 높다. 몇몇 주민들은 자신이 구매한 물품의 액수보다 많은 돈을 모금함에 넣고 가기도 한다.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했으니 차액만큼 이웃들 도와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물건을 산 뒤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다시 동주민센터를 찾는 주민들도 있다. 자신의 집에서 쓰지 않는 물품을 기부하기 위해서다. 착한 가게의 높은 인기에도 판매 물품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외부의 후원도 잇따르고 있다. 한 업체에서는 샴푸와 린스 수백 개를 무상으로 보내왔다. 한 사업가는 주부들이 선호하는 그릇을 기부했다. 여행용 가방을 보내온 여행업체도 있다.

착한 가게는 주민들과 외부의 관심 속에 하루 50~6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한 달여 만에 약 130만원의 판매 수익금이 모였다. 여기에는 상품은 가져가지 않고 이웃돕기 차원에서 기부만 하고 간 주민들의 돈도 포함돼 있다.

주민자치위는 추석을 맞아 처음으로 판매 수익금을 쓰기로 했다. 9일 관내 장애인과 저소득층·독거노인 가정에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나머지 수익금은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주민들을 응원하기 위한 물과 빵을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나성복 자치위원장은 “추석을 앞두고 착한 가게를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며 “착한 가게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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