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욱"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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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전 「자식 시집살이가 더 무서워요」라는 기사를 읽고 평소 느껴오던 이 사회의 새로운 문제점에 대해 다시 심각히 생각해 본다.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이 핵가족이고 자녀의 수도대개 1∼2명이다.
이렇게 자녀의 수가 적고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부모의 학력도 높아진데 비해 자녀들은 버릇이 없고 이기적이고 이해심이 적고 지구력도 부족하다.
그리고 젊은층의 엄마들은 자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어떻게든」을 가리지 않는다. 또 『내 자식만 1등이면 된다』는 신념(?)에서 『공부만 잘하면 무엇이든 원하는대로 다 해주마』식이다.
내가 살고있는 강남지역 엄마들의 교육열은 이제 너무 가열돼 얼마 안있으면 폭발할 위기에까지 다다른 것같다. 아이들의 경쟁에서 이제는 엄마들의 경쟁이 아닌 「전쟁」이다.
『늙기는 싫지만 자식 시집살이를 벗어나고 싶어 빨리 대학생 학부모가 되고 싶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나 한편 연민의 정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지식으로만 가득찬 불완전한 인간보다는 인품이 빛나는 참된 인간」이 필요하다.
지금 이 사회의 세태는 사람의 됨됨이나 진실된 삶의 자세보다는 물질이나 학벌 따위의 외면만을 더 중요시하는 잘못된 가치기준이 만연하고있다. 이러한 가치기준의 잘못된 원인도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지 않나 싶다.
장차 이 사회와 국가의 장래를 짊어질 내일의 새싹들에게 공부보다는 『먼저 인간이 되어라』고 한다면 오히려 코미디언이 된 것같은 느낌이 내 자신부터 드는 세태가 슬프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내 자녀가 문제아라면 나 역시 문제부모다. 곰곰 생각해볼 일이다. 무엇이 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이재민<서울강남구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 223동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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