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성격소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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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의사와 가족을 요리조리 골탕먹이면서 자기병도 잘 낫지 않는 사람들이 있음은 의사생활을 몇년간하면 누구나 경험하는 터다. 즉, 인간은 어린이에서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성품이 차츰 생겨나고 만들어지고 가다듬어 지는데, 이럴때 어린시절에 겪은 애환때문에 성품이 환하게 꽃피지 못하고, 어린이 같은 성품을 고스란히 지니게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중의 하나가 구강성격의 소유자다.
이들은 입원하면 끊임없이 의사와 간호원을 찾는다. 『회진을 왜 좀 더 자주, 그리고 길게 해주지 않느냐』『왜 속시원한 대답을 안해주느냐』 『내 주치의의 얼굴만 봐도 병이 나을 것 같은데 그분은 너무도 무정하게 나를 대한다』는 불평을 하는데, 그것도 직접 주치의사에게 대놓고는 못하고 주로 간호원에게 한다. 의사와 조금이라도 같이 더 있으려 애를 쓰며,과장해 표현한다면 의사에게 보채는 환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건강했던 평소에는 남달리 먹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보약과 드링크제를 즐겨먹는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또 남에게 잘 기대는 버릇이 있고,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을 좋아하며, 해달라는 요구를 잘하고 불평 불만을 잘 토로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성품이 굳어버린데는 젖먹이시절 어머니에게서 모든 욕구충족을 쉽게 얻었거나 반대로 극도의 욕구불만이 있어서 그 시절에 유한을 많이 품었거나 둘 중의 하나다.
입원생활에서 이들은 자기 혼자로는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처럼 마치 「엄마」를 찾듯이 행동한다.
몸이 고장이 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들에게는 그동안 잠재해 오던 타인의 관심·보살핌을 바라는 욕구가 솟아 오르고, 버림받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배고픔에의 두려움, 그리고 무원고립감의 정신상태가 오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에게 의료진이 잘 대해주지 않을때 이들은 상대를 원망하고, 우울해지며 심하면 멍청한 정신상태가 된다. 그러니 의사와 간호원은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야 하고, 격려 지지해주며 내리기 어려운 결정은 설명을 해가면서 대신 내려주어야 한다.
조두영 <서울대의대 정신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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