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첫 한복강좌개설…32년강의|정년 퇴임한 유선경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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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대학에서는 최초로 본격적인 전통 한복에 관한 강좌인 「한국 복식사」와 「한국의복구성」을 개설하여 32년간 강의를 해왔고, 73년에는 또한 한국에선 처음으로 한복연구인 「면복 (대례복)에 관한 연구」로 이학박사학위를 받은 유희경교수 (65·이화여대 의류직물학과) 가 24일 이화여대 중강당에서 고별강연을 갖고 정년퇴직했다. 『한 개인이 몸담고 있던 교직에서 나이 들어 떠날뿐』이라고 담담히 얘기하는 유씨는 지난 반생을 고집스레 한복차림만으로 버텨온 한복애호가다.
『54년 이전 가사과를 졸업한 후 8년만에 스승 이흥수교수의 권유로 교단에 섰습니다. 그전까지는 변호사인 이태영씨가 한재를 가르쳐 저고리와 버선의 원형을 만들어 놓으셨더군요. 참고자료라곤 「조선 복식고」단1권의 책이 있을 뿐이어서 배우며 가르치며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75년에는 『한국 복식사 연구』, 82년에는 『한국 복식문화사』등 2권의 책을 냈는데 『복식문화사』는 출간 이듬해인 83년 박경자교수 (성신여대) 공저로 일본 원류사에서 번역·출판되었다.
많은 시행 착오 끝에 그래도 요즈음은 한복이 조촐하고 아름다운 옛모습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얘기하는 유씨는 퇴직후 첫 작업이 한복재단에 관한 책을 저술하는 것이라고 한다.
퇴직에 즈음하여 그는 자신이 연구해온 한국 전통의상중 문헌에만 있고 유품이 없는 노의 (조선 초중기 왕비의대중 하나)·치적의·12지장복등 10여종목 20여벌의 의상을 직접 만들어 교수회관에서 열린 다과회에서 전시했다. 이 옷들은 이화여대 가정대 자료실에 보존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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