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좋은 작품에 관객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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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작품의 내용과 관객의 반응이 다같이 좋았던 수작 연극들이 앙코르 공연무대에 오르고 있다.
실험극장은 「존·필미어」작 『신의 아그네스』를 5월27일부터 이달 15일까지 공연한 데이어 다시 28일부터 7월27일까지 연장 공연한다.
극단 광장은 「사르트르」작 『무덤없는 주검』을 7월2일부터 8월4일까지 서울동숭동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민중극장은 「조지S·카우프만」·「모스하트」공작 『우리집 식구는 아무도 못말려』를 27일부터 7월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별관무대에 올린다.
수작연극의 앙코르공연은 『좋은 연극은 관객이 있다』는 믿음에서 극단들에 의해 추진되고 실지로 관객동원에도 성공하고 있다.
83년8월부터 84년4월까지 공연됐던 『신의 아그네스』는 이번 앙코르공연에서 매회 입장권이 예매되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덤없는 주검』은 85년도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작품. 제2차세계대전때 프랑스 레지스탕스들에 대해 대독협력자들이 가한 고문의 잔인성과 고문받는 저항운동자들의 인간적인 고민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인간들이 끝까지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남으려는 노력의 고통스러움이 드러난다.
「사르트르」의 실존 철학이 담긴 이 작품은 한계상황속에서 인간이 마지막으로 가질 수 있는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자유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무덤없는 주검』은 극단 광장의 작품중 『누가 버지니어 울프를 두려워하랴』『아가씨와 건달들』등과 함께 대표작이 되었다.
『우리집식구는 아무도 못말려』는 산업사회가 시작되며 인간적인 삶의 모습을 상실해 가는 사회를 풍자한 희극작품이다. 아메리칸 코미디의 고전으로 「미국에서 단 하루도 이 작품이 공연되지 않은 날이 없다」는 인기있는 극이다.
국내에서 78년 첫 공연이 있은후 몇 차례 앙코르공연을 하면서 꾸준히 관객에 어필해 왔다. 이 연극은 대극장 공연에서도 계속적인 성공을 거둔 몇 안되는 작품중의 하나.
산업사회속의 꽉 짜인 틀속에 살아가는 월스트리트의 한 남자가 화살쏘기와 구식인쇄기를 가지고 인쇄취미에 몰두하는 등 산업사회의 안목에서 볼 때 비실제적인 일에 빠져들고 있는 한 가정과 가까와지면서 과연 참다운 삶의 모습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연출가 정진수씨는 수작연극이 계속 공연되어 관객의 반응이 높은 것은 극의 내용이 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연출작업에 의해 공연때마다 다른 연극적 표현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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