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용 원자재가 달린다-전자·섬유·기계·신발·가구 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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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즈음 엔화강세 등으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져 전자제품·섬유류·기계류·신발 등의 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부 수출용 원자재의 공급이 크게 달리고 있다. 정부는 공급이 부족한 원자재에 대해서는 직수출을 제한하거나 수입개방을 앞당겨 실시하는 등 구득난 해소에 힘쓰고 있으나 일부 원자재의 공급부족 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소수출업체일수록 특히 심해 웃돈을 주고도 원자재를 제때에 공급받지 못해 수출을 포기하는 사례마저 나타나고 있다.

<전자>
하반기 들어 부품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컴퓨터주변기기·VTR(영상녹화재생장치)·컬러TV 등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IC(집적회로)·수정진동자·컬러TV용 튜너·CRT (음극선관)·안테나·PCB(인쇄회로기판) 등 부품이 이미 부족현상을 빚고있다.
따라서 수요업체는 대금결제를 경우에 따라 현금으로 해주거나 보통 3개월인 어음을 1∼2개월로 단축시켜주면서 부품확보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엔화강세로 일본의 전자업체가 수입 선을 우리나라로 전환함에 따라 릴레이·편향코일 및 고압변성기 등의 직수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국내업체의 구득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섬유>
스웨터나 봉제완구용 원사인 아크릴방적사의 경우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심각한 부족현상을 보였으나 지난 4월 중순부터 수입개방이 앞당겨 실시됨에 따라 신규 수입분이 국내에 들어오고 화재로 가동이 중단됐던 태광산업의 생산시설이 복구되면서 6월초부터는 공급난은 다소 완화되고 있다.
면사의 경우도 직수출 물량을 작년의 60%수준까지 줄이면서 로컬공급을 확대한데다 6월부터 비수기로 돌아서면서 구득난이 해소되어 가고 있으나 PC사 (폴리에스터와 면혼방사)는 여전히 심각한 부족사태를 빚고있다.

<기계>
기계제작과 주단조용 원자재로 사용되는 선철의 월 소요량은 1만3천t에 달하고 있으나 포철의 월 생산량은 5천5백t에 불과해 부족분에 대해서는 국내공급가격보다 t당 1만4천∼3만원이 높은 값으로 조달청 비축물량이나 수입선철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볼트·너트제조용 선재의 경우 급격한 수요증가로 심한 구득난을 보이고 있어 직수출 물량의 로컬전환이 시급한 형편이고, 밸브제조용 봉강의 경우에는 공급업체인 포철이 밸브제조에 필요한 소형규격제품 생산을 꺼리고 있어 수출용 밸브제작이 큰 지장을 받고있다.

<주방기기>
금속양식기와 싱크대의 주요 원자재인 스테인리스 강판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고 가격인상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원자재를 비축해 둔 일부 대형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수출업체들이 심각한 구득난을 호소하고 있다.

<신발>
5월말 현재 수출이 50·3%가 늘어나는 등 수출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신발용 가죽의 공급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원피값을 올림에 따라 국내 피혁업체의 신발용 가죽공급가격이 평방 피트당 6센트 정도 올라 신발업체의 채산성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가죽운동화 시장의 80%이상을 우리나라가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수출수요급증이 지속될 경우 심각한 원자재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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