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생존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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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업의 생존 조건이 있다. 경쟁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의존형 경제는 국제경쟁력이 필수조건이다.
오늘 미국의 무역적자가 연 1천5백억 달러나 되는 것은 그동안 미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없었다는 얘기다.
일본의 무역흑자가 5백25억 달러에 달한 것은 미국과는 정반대의 이유 때문이다.
뒤늦게 미국에선 요즘 공장 자동화 붐이 일어나고 있다. 근착 미국 비즈니스 위크지는 5년 전에 비해 공장 자동화시설 구매가 2배나 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백81억 달러 어치의 자동화시설이 이루어졌다. 앞으로 5년 안에 다시 지금의 두배, 그러니까 1980년 수준의 4배도 넘게 자동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1990년은 미국 전 공장의 자동화가 완성되는 해라는 것이다.「과거형」생산 라인의 고수로 미국기업이 실패한 예는 전자·자동차·제철산업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전자산업은 20년 전에 비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3분의1로 줄어들어 지금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 시절 미국의 산업을 상징하던 자동차분야는 2분의1로, 제철은 35% 이상이나 세계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다.
그 대부분의 자리를 일찍이 자동화를 서두른 일본이 차지했다. 요즘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뒤쫓고 있다. 더러는 벌써 일본을 앞지른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도 국제 경쟁력에서 이기고 있는 분야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공장 자동화가 이루어지면 상황은 다시금 급전직하로 바뀔 것 같다. 미국은 지금 항공산업·자동차·컴퓨터, 그 밖의 중화학공업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첨단시설로 바꾸고 있다.
제너럴 모터즈사만 해도 그 사업비로 4백억 달러를 잡아놓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지는 미국이 지금「혁명(산업)의 선봉장」이 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공장 자동화는 세 가지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①컴퓨터에 의한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②컴퓨터에 의한 제조(매뉴팩처링) ③컴퓨터에 의한 정보 및 기타 산업. 공장자동화는 단순히 직접 노동비만 절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중간 관리비용까지도 줄여 준다. 미국기업의 경우 중간관리비용이 전 비용의 45%나 차지한다.
그밖에 공장 자동화로 디자인에서 상품 제조까지의 기간을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분야도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품질의 향상이다. 결함 상품을 혁명적으로 줄인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짐작할 수 있다. 우선 공장 자동화 경쟁에서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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