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페스티벌공연」바람 | 한 극단서 한 작가 작품을 잇달아 무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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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 작가의 작품을 계속하여 무대에 올리는 페스티벌 공연이 우리 연극계에 자리잡아 가고 있어 불황 무대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있다.
극단 전원은 지난 5월 창단 공연으로「베케트」의 작품 4편을 엮은「베케트」페스티벌을 공연, 올 연작무대의 첫 막을 올렸다. 이어 극단 시민극장은 올 들어 3월부터 이강백페스티벌을 올리고 있고(신촌 시민소극장·6월말까지) 민중극단은 미국의 희극작가 「닐·사이먼」의 대표 희극 8편을 계속 공연하는「닐·사이먼」 페스티벌을 10일부터 시작했다(서대문 민중극장·연말까지).
우리 연극계에 페스티벌공연이 처음 시도된 것은 지난해 시민극장의「이오네스코」시리즈다. 프랑스의 부조리 작가「이오네스코」의 작품 『대머리 여가수』 『수업』 『비계낀 감자」 등 3편이 계속하여 무대에 올랐다.
페스티벌공연의 태동은 자체 소극장을 가진 극단이 많아져 가능해졌다. 시민극강 대표 최유진씨는『페스티벌 공연은 장기적인 무대 확보가 선결 문제인데 소극장이 많이 생겨 그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곳 저곳 자리를 옮겨 대관공연을 하는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못했다는 것.
한 작가의 작품을 계속 공연하는 것은 또 개성있는 무대를 꾸미겠다는 극단의 의도와 이를 통한 고정관객의 확보 노력이 결합되어 시도된다. 이강백씨의『올훼의 죽음』『결혼』 『보석과 여인』을 공연하는 시민극장은 이씨의 이 작품들이 관념적이고 우화적이며 70년대라는 시대 상황을 잘 나타내 주는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대표 최씨는 『이들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작가 이씨의 여러가지 모습을 보고 그의 허점을 지적하는 한편 그에 대한 사망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한다.
「닐·사이먼」의『굿 닥터』『션사인 보이스』『희한한 한쌍』『우리의 노래가 들려오네』『인생 제2장』『별을 수놓은 여자』『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등을 공연하고 있는 민중극단의 정진수씨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정씨는『닐·사이먼』는 브로드웨이에서 20여편의 히트 작품을 낸 희극작가』라고 전제하면서『관객들은 그의 작품 한 두편을 보면 그의 연극에 대한 선호를 결정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정씨는『「닐·사이먼」의 작품 세계가 싫은 관객은 곧 그의 작품을 보지 않게 되겠지만 공감하는 사람들은 고정 관객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페스티벌 공연이 가질 수 있는 한 강점은 관객이「안정적인 기대」를 갖고 공연장에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연극 현실에서는 극단이나 작가 이름만 보고 연극을 보러 갔다가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공연에 대한 예상이 어렵다. 페스티벌공연은 이에 비해 일정한 수준은 유지된다.
「배케트」의『대사 없는 1막』『연극』『발소리』『대단원』등 4작품을 공연한 극단 전원의 무대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닐·사이먼」 시리즈도 내용의 깊이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우리 연극에서 부족한 코미디를 풍부히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객의 반응이 있을 수 있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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