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여성단체를 꺼린다 | 기업상담실 찾아 직접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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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 늘어나는「개별보상」의 득실을 보면…>
소비자운동의 새로운 방향전환이 절실해졌다. 60년대 중반 여성단체들에 의해 소비자 보호운동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소비자운동의 주축을 이뤄온 것은 고발처리. 그러나 최근 일부 품목에서 소비자단체를 통한 고발이 기피(?)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소비자 단체들의 새로운 돌파구 모색이 요청되고 있다.
각 단체에서 소비자들의 고발기피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부터. 대한주부클럽연합회(회장 김천주)의 경우 5월 총 고발건수는 금년도 월평균 4백 30건에 훨씬 못 미치는 3백 10건에 그쳤으며, 한국소비자연맹 (회장 정광모)도 지난 4월에 비해 47건이나 줄어들었다. 서울 YWCA 역시 비슷한 처지.
한국소비자연맹 도영숙부장(고발처리담당) 은『연평균 40%의 신장률과 지난 5월의 이동고발센터운영을 감안하면 이는 평소보다 크게 줄어든 숫자』라고 말하고『특히 고발시 현품이 요구되는 식품이나 밥솥·신발·문구·의류 등에서 고발기피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소비자연맹의 경우 매월 20∼30건에 달하던 밥솥·전자자의 고발은 5월 들어 12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는 것.
이같은 현상은 소비자 피해보상기준이 발표된 이후 소비자들이 구태여 현품을 들고 소비자단체를 찾지 않아도 기업의 소비자 상담실을 통해 손쉽게 해결될 수 있는데다가 일부 업체에서는 소비자단체를 통한 고발을 꺼리기 때문.
대한주부클럽연합회 김영주간사 (고발담당) 는『이런 경우 어떻게 하느냐는 식의 문의가 많은 대신 현품을 가지고 들러달라고 하면 미루기가 일쑤』라고 지적, 『작년에는 24%에 불과하던 문의가 금년에는 43.9%나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경향이 늘어나자 각 단체에서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서 현품을 가지고 오거나 지역모니터를 통해 미리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들을 찾아내는 등 적극성을 보임으로써 이를 만회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소비자단체를 통한 고발처리 대신 개인-기업간의 고발처리로 양상이 바뀌어갈 경우 분쟁의 처리가 신속해서 좋으나 그 부작용도 우려된다.
즉 고발된 물품(또는 서비스)을 처리 받는 것은 결과적으로 같다 하더라도 전체문제화 되지 못하고 하나의 개별건수로 그쳐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전체적인 제품에 결함이 있어 공개수거를 해야하거나, 사회여론화 돼야 할 것들이 은폐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소비자연맹 이경여사무처장은『이같은 위험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소비자들 자신이「나 하나만 보상받으면 그만」이라는 일점주의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전체소비자를 생각하는 연대의식을 갖고 고발처리된 것도 단체에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하고『소비자단체들도 소비자의식교육과 함께 조사연구·실험분석 등 정보제공역할강화가 시급해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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