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당 중심으로 외연 확장해야”…호남의원들 “n분의 1로 제3지대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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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민의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이 최근 정치권의 화제인 ‘제3지대론’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제3지대론은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이 탈당해 중간지대로 이동해 헤쳐 모이는 그림이다.

국민의당 진로 놓고 당내 신경전

박지원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당 워크숍에서 “‘제3지대 통합론’은 국민의당이 정기국회에서 어떤 성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소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전 공동상임대표도 최근 강연 등에서 “총선 민심이 저희를 (제3당으로) 세워줬는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총선 민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가 제3지대론을 일축하고 당 중심의 외연 확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위원장(27일)과 안철수 전 대표(28일)는 하루 간격으로 전남 강진까지 내려가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영입에 공을 들였다.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힘을 보탰다. 김 의장은 1일 “다음주 비대위에 상정할 당헌·당규 개정안에 당권·대권 분리기간을 1년으로 유지하되,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은 예외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권·대권 분리기간을 6개월로 줄이자는 ‘박지원안’이 채택되진 않았지만 ‘비대위 개방 카드’를 활용해 외연 확장을 노리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일부 호남 의원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유성엽(정읍-고창)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 손학규 전 고문 등 외부인사가 국민의당에 쉽게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국민의당이 꼭 우리 당만 고집하는 게 맞는지를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제3지대에서 n분의 1로 참여하는 방안이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주승용 (여수을)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를 포함해 국민의당이 지금 갖고 있는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현실론을 주장하는 호남 의원들은 박지원 체제 견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비대위 출범 이후 박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 사안을 계속 문제 삼고 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31일 워크숍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이 비대위를 통과하면 (향후 당 운영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제3지대론’을 둘러싼 당내 이견은 손학규 전 고문 등 외부인사 영입에 성과가 없을 경우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정치컨설팅회사인 아젠다센터 이상일 대표는 “외부인사 영입에 뚜렷한 성과가 없을 경우 지도부의 주장이 점점 설득력을 잃을 것”이라 고 말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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