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30년" 자서전 낸 주의경 할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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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0여년을 교단에 바쳐온 칠순의 할머니가 최근 자신의 생애를 담은 자서전을 펴내 화제다. 『들국화 피고 지고』를 쓴 주의경씨(70·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바로 그 주인공.
「나(주의경·구명 복남)는 는 1916년 5월 12일 따뜻한 늦봄에 산수가 아름다운 함경남도 함주군 천서면 운동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로 시작되는 이 책은 함흥 영생여고보시절 항일운동을 했던 일, 결혼 7년만에 청상 과부가 돼 두 딸의 생계를 떠맡아야 했던 일, 교직생활, 기울어져 가는 건강 등이 6장으로 나뉘어 후배·후손들이 드리는 글과 함께 실려 있다. 『처음엔 주의에서 건강을 염려해 만류하기도 했지요. 제 자신,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변화가 많은 시대를 살아온 데다 남들처럼 평탄한 생활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후배나 자손들이 살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용기나 위안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욕심을 부려 봤지요.』
아직도 고혈압으로 반신불수까지 갔었던 흔적이 남아 말투가 어둔한 그는 『책을 내고 나니 가슴이 후련하다』며 활짝 웃는다.
때로는 끼니도 거른 채 집필에 몰두하다가 무리가 가서 약을 넉고 며칠씩 쉬었다가 다시 펜을 잡기도 했단다.
『그래도 아이들이 훌륭히 자라, 제몫을 해내고 있으니 고맙지요.』 희생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에 회한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학(이대)을 마치고 주부로, 사업가로 제자리를 잡아간 딸 칭찬으로 슬쩍 말꼬리를 돌린다. 주씨는 현재 3·1여성동지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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