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동서양이 일치하는 말이 있다.「이」(치)를 나타내는 단어의 발음이다. 모두 이를 하얗게 드러내 놓고 있다.
우리 말의「이」, 한자의「치」(치=중국발음도 같음), 영어의「티드」.
우리 나라는 옛날부터 이를 5복의 하나로 곱았다. 『자식보다 이가 낫다』는 속담도 있다.
그런 나라에서 정작 충치 율은 세계에서 몇째 간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표본 조사한 통계를 보면 젖니(유치)의 충치 율이 98%를 넘고 있었다. 일본 동경의 76·5%, 미국 오리건 주의 61·8%, 영국의 53%, 서독의 51·5%와 비교도 되지 않는「충치 대국」이다.
충치의 원인은 치아 표면에 생기는 수소이온(산성여부) 농도조사에서 보면 사탕, 캐러멜, 비스키트, 팥 빙과, 쿠키, 잼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섭취 후 1·5∼7분내에 치아의 법랑 질이 벗겨질 정도로 수소이온 농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구미에선 스트레스도 충치의 원인이라는 연구논문들이 발표되고 있다. 우선 흰쥐의 실험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흰쥐의 충치 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흰쥐의 2배나 높았다.
사람의 경우 나이지리아 사람들의 충치 발생률이 선진국보다 낮다는 보고서가 그 예와 같다. 반대로 에스키모 사람들이 문명에 접하면서 충치율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를 닦는 것과 충치의 관계도 좀 의외로 나타나고 있다. 85년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는「이를 닦는 어린이」와「닦지 않는 어린이」의 충치 발생률 차이가 불과 1%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잘 닦느냐에 있다. 충치를 예방하려면 그릇(식기)과 마찬가지로 식후에 양치질을 제대로 잘 해야 한다.
우리 나라 사람의 치아 평균 수명은 남자가 61년, 여자가 58년으로 집계되고 있다. 평균 수명보다 5∼6년이 짧은 셈이다. 치아를 잘 간수하는 일이 얼마나 건강과 밀접한가를 알 수 있다.
인류는 일찍부터 치아에 관심을 가져 왔다. 이집트의 미이라에서도 이를 잘 간수하는 처방이 발견된 기록이 있다.
우리의 먼 선조들은 마른 가랑잎으로 이를 닦았다는 속방도 있다. 가난한 시절의 얘기지만, 지금은 이 닦는 도구나 치약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다만 치료의료비가 엄청난 것이 문제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도 무슨 궁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6월9일은「치아의 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