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도 잊고 TV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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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쉽긴 해도 한가닥 남은 기대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한판이었다.
현충일 뜻깊은 휴일과 국민의 관심이 온통 쏠린 월드컵축구 2차전이 겹친 6일 아침, 전국의 가정마다 시민들은 TV앞에 모여 앉아 아침식사도 잊고 32년만인 우리선수들의 세계무대 도전을 성원했다.
1차전의 악몽이 재연되듯 어이없이 내준 선실점에 한숨을 쉬었던 시민들은 마침내 터진 회심의 동점골에 너나없이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일어나 전국이 월드컵 환호성.
끝내 승점을 못내 비기기는 했지만 16강진출의 길이 아직은 남았다는 기대에 시민들은 그래도 밝은 얼굴로 화제의 꽃을 피우며 마지막 남은 이탈리아와의 게임을 기약했다.
◇주택가=전국의 주택가는 TV중계시청으로 경기가 끝날때까지 오가는 사람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시민들은 휴일 아침 식사도 잊고 가족들끼리 모여 앉아 TV를 시청.
◇서울역=이 날 서울역에는 상오 8시 25분 동대구역발 통일호 열차가 도착하자 이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 등 3백여명이 역대합실에 설치된 2대의 TV수상기 앞에 몰려와 후반전 남은 경기를 관전했다.
승객들은 열차안에서 라디오로 경기상보를 들은 듯 김종부선수가 동점골을 터뜨린 순간을 화제에 올리며 선수들의 분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자 다소 실망한 표정으로 흩어졌다.
◇경찰서=서울시내 경찰서에서는 형사피의자들이 TV시청을 할 수 있도록 배려.
서울 강서경찰서에는 상오 7시부터 형사계에 TV를 가져다놓고 피의자들도 볼 수 있게 해 당직형사들과 31명 조사대기자들이 한마음이 되어 열렬히 응원을 하는 진풍경.
◇감독·선수가족=김정남 감독의 부인 강영자씨(42·서울 잠원동 한신아파트 309동 901호)는『선수들이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국민들에게 안겨준 실망감을 씻으려고 열심히 뛴 것 같다』며『오늘 경기를 보면 앞으로 있을 대이탈리아전이 기대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씨는 이날 장남 현규군(18·서울고 3년) 등 가족들과 함께 TV를 보다 후반 24분 김종부선수가 동점골을 넣자 감격한 듯 한 순간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강씨는 경기가 끝난 뒤 김호곤 코치의 부인 최문실씨(28) 등 선수부인들과 시민들로부터 걸려오는 격려전화를 받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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