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상황과 문학사상 임헌영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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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임헌영의『민족의 상황과 문학사상』은 그 제목이 암시하듯이 우리민족이 처한 현실적 상황에 문학이 어떻게 대응하며 작품을 창작하고 그사상과 논리를 전개해 왔는가에 논의의 촛점을 맞추고있다. 이 평론집은 또한 현단계의 우리 문학을 민족의 유구한 문학사속에 접맥시켜 우리민족의 문학전통과 민중적정서의 참모습을 찾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나온 이저자의 두 평론집의 논의를 한단계 발전시키고 있다.
저자의 이와 같은 문학적성숙은 특히 이 책의 제1부와 제2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민족 역사 문학이라는 세개의 주제를 유기적 연관성 속에서 고찰하고 있는 제1부에서 저자는 식민지시대이래 우리민족이 겪어온 외부적 압력과 내부적분열의 극복이라는 최대의 민족적 과제에 우리문학이 대응해온 다양한 모습들을 규명함으로써 민족문학의 실상과 그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민족문학과 더불어 논의되고있는 민중문학을 저자는 과도기적인 문학양식으로 파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민중문학을「최고 지고의 미학으로 보려는 자세」를 경계하는 한편 그것을 단순히「미학적사생아」로 몰아붙이는 왜곡된 문학관에 대한비판의 고삐도 늦추지 않는다.
저자의 이러한 민중문학관이 이 시대의 한 평론가가 지닌 단순한 태도표명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음은 그의 「민중문학의 사상사적 의미」란 글에서 충분히 입증된다.
이 글에서 저자는 「민중」개념의 발생과 그 발전과정을 실증적으로 고찰함으로써 그것이 어떠한 이념적 편향성이나 계층걱 관점에서 나온 개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분단극복이나 노동문제를 다루는 저자의 태도 역시 철저하게 실증적이면서도 우리 문학의 문제점과 미래상을 짚어보는 데에까지 시야를 넓혀가고 있다. <한길사 펴냄 3백93쪽 4천5백원> 황광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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