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때까지 유효한 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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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 대통령과 이민우 신민당 총재간의 단독요담은 그 자체로서 시국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구실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개헌의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한 전 대통령과 이 총재의 공통 인식과 함께 모든 정치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는 사실만 갖고도 이번 요담은 정국타개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전 대통령은 이 총재의 많은 요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전 대통령은 첫째 헌법은 통일이 될 때까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 되어야하고, 둘째 구속자 석방문제에 대해서는 구속자의 경중을 가려 관용을 베풀 수도 있다는 법적 차원의 견해를 밝혔으며, 셋째 신민당이 보수정당인지 혁신정당인지 당의 노선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했다.
야당 내부에는 그 동안 개헌에 관한 대통령의 진의를 재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영수회담의 필요성도 그런 요구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전 대통령은 개헌의 내용에 대해서 간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여야가 타협해서 합의한다면 개헌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확언함으로써 일부의 한 가닥 의려를 씻어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다만 구속자 석방과 사면·복권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적 대응보다는 법적인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뜻을 더 강하게 내비친 인상을 주었다.
야당의 입장에서 미흡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보다 큰 테두리에서 헌법문제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취시키겠다는 합의는 뜻 있는 진전이다.
그와 같은 평가에 바탕 해 신민당이 헌특에 참여키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럽다.
대통령이 4·30 회담에 이어 이번에도 누누이 주장한 통일 때까지 이론이 없는 헌법이란 한마디로 진정한 민주주의 헌법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집권자의 편의나 자의로 헌법이 희생의 제물이 되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헌정사의 악순환을 종식시키고 통일 때까지 존속시키는 헌법을 가지려면 당리당략을 초월, 국민적 컨센서스를 얻어야한다. 따라서 민주적인 헌법을 만들기 의해서는 헌법 안을 기초하고 성립하는 과정까지 민주적인 방법과 절차에 따라야함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금의 국회구성을 보면 여야 어느 쪽도 단독으로 헌법을 통과시킬 정족수(1백 82의원)가 되지 못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타협과 양보를 통한 합의개헌을 재삼 강조해온 것이다.
구속자 석방문제는 「극좌」나 「용공」을 분별할 필요는 있으나 이들의 상당수가 민주화와 개헌운동과 관련되어 있다는 정황도 외면할 수 없다. 따라서 개헌작업을 추진,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관용의 여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민주헌법이 제정되면 용공과 극좌는 저절로 분리될 것이다.
그 동안 신민당이나 재야에 의해 집요하게 논란이 되어온 이른바 「정치일정」은 이제 밝혀진 셈이다. 앞으로의 일은 문제의 제기보다는 문제의 수습에 보다 많은 노력과 성의가 경주되어야 한다.
이런 와중에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대학교수의 시국선언이다, 과격시위다 해서 견강부회로 시비를 키워 공연히 시국을 긴장시키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지금은 대국적 시각에서 이 나라의 민주화를 이룩해야할 중요한 시점이다. 어느 정파가 정권을 잡느냐는 것은 오히려 2차적 중요성밖에 없다.
「소절」에 구애되어「대국」을 그르치지 않아야 한다는 정치인들의 인식은 그래서 더욱 요구되는 것이다. 모처럼 이룩된 「대 타협」의 분위기가 민주화로 이어지기를 모든 국민들이 간절히 바란다는 점을 정치인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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