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 노연 근로자 16명 한미은 영등포지점 점거|오늘 아침 각목들고 반미구호 외치며 농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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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30일 상오7시30분쯤 서울 영등포 2동5가42 영성빌딩 2층 한미은행 영등포지점(지점장 옥내윤·43)에 서울노동운동연합·인천지역노동자연맹 소속 근로자 16명(여자2명)이 들어가 성조기를 불태운 뒤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유인물 1백여장을 뿌리고 1시간 45분동안 점거 농성하다 상오 9시15분 2층 출입 철문을 부수고 들어간 경찰에 모두 연행됐다.
농성진압과정에서 근로자 김해수씨(28) 등 5∼6명과 전경대원등 10여명이 경상을 입었다.
근로자들은 이날 상오 경찰 경비와 은행근무자들이 없는 시간을 이용, 건물을 점거한 뒤 2층 은행과 3층 럭키증권 영등포지점 대형 유리창 12장을 깼다.
농성근로자들은 ▲미국을 이 땅에서 몰아내자 ▲미제 처단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 농성사건으로 영등포시장 로터리에서 당산동 로터리에 이르는 1.5km의 교통이 마비됐으며 영성빌딩에 입주한 한미은행·럭키증권·제일생명등 3개 회사 직원들이 출근을 못해 업무가 마비됐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16명 전원을 구속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이들에 대한 배후수사에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점거=근로자들은 30일 상오 청소를 하기 위해 1, 2층 출입문 모두를 열어놓은 사이 건물안으로 아무 저항없이 들어갔다.
이 건물에는 컴퓨터 도난방지시스템이 설치돼 숙직행원들이 경비용역회사인 「세콤」(SECOM) 직원 강길주씨(30)와 청소부 박학년씨(39·여)등 2명이 있었다. 경비직원 강씨에 따르면 상오7시20분 박씨와 함께 출근, 1층 은행출입문을 열어 청소부 박씨가 2층에서 청소를 하려는 순간 근로자들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강제로 밀고 들어와 순식간에 2층으로 올라갔다는 것.
◇농성=근로자들은 3층 럭키증권 영등포지점 유리창 밖으로 「노동자의 땀을 짜는 미국놈들 몰아내자」 「광주학살 군부독재 양키놈 처단하자」라고 쓴 폭 1.5m, 길이 5m의 대형 플래카드 2개를 내걸고 2층 한미은행 외국환업무실과 지점장실을 점거, 결재 출입문 안쪽에 책상·의자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 뒤 농성했다.
근로자들은 상오8시5분쯤 자신들이 만든 손수건 크기의 성조기를 2층 창문에 내걸고 불패웠다.
근로자들은 또 그 중 건물뒤쪽 유리창에 「독재타도 미제타도」라고 쓴 벽보를 붙였으며 깨진 유리창밖으로「천만노동자 5월 투쟁선언」이란 제목의 유인물 1백여장을 뿌렸다.
◇연행=경찰은 2개 중대 2백60여명이 출동, 건물을 에워싸고 2층 은행 출입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가려다 근로자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열쇠구멍에 나무를 박아버려 열지 못하고 소방차 4대로 창밖에서 물을 뿌리며 문을 부수고 상오9시15분쯤 은행건물 안으로 들어가 모두 연행했다.
연행과정에서 3명이 문을 부수고 3m아래 인도로 뛰어내렸으나 경찰이 미리 매트리스를 깔아 큰 부상자는 없었다.
◇연행된 근로자
▲소병길(20·한영알미늄) ▲박내군(25·대진실업 해고 근로자) ▲허만성(20·인천동부전기) ▲한동식(20·한영알미늄) ▲함광수 (20·한국강업 해고) ▲김건호 (28·주진도 해고) ▲김동 (23·주해운) ▲조춘근 (25· 한일 스텐레스 해고) ▲이남현 (22·서전기업 해고) ▲김해수(28·고려대졸) ▲이춘식(21) ▲김용순(28·여·무직·춘천시 소양로2가 1의39) ▲박미희(21·여·동일전자 해고) ▲김석산 ▲김경수(24) ▲이상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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